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Jul 11. 2023

빨강, 그리고 또 빨강의 열정과 힐링

【색(色)의 인문학 2】


크림슨, 스칼렛, 레드

모두가 빨간색이야

열정의 강도만큼이나 

다양한 빨강들이야



왜 이래? 빨강이라도 같은 빨강이 아니야!!

나는 빨강이야. 사람들은 나를 보고 빨간색이니 불타는 색이니 아니면 붉은색이니 하고 불러. 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빨강이라고 해서 단 하나의 색만 있는 것이 아냐. 새빨갛다거나 검붉다거나 하는 표현도 있어. 그 말은 빨강에도 종류가 많다는 뜻이지. 빨간색이라고 말해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붉음의 정도가 달라. 단 하나의 빨강만 특정할 수 없어. 우리 눈으로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630~750nm 사이의 색을 모두 빨강이라고 부른다는 거야.


               

가시광선


의의 그림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표현했어. 제일 오른쪽 750nm가 제일 긴 파장이야. 빨강도 가장 짙어. 왼쪽으로 눈을 돌려 630nm의 파장을 봐. 빨강 중에서도 제일 파장이 짧아. 주황과 경계선에 있는 가장 옅은 빨강이지.


PANTONE 빨간색


자, 지금부터 750nm와 630nm 파장 사이에 얼마나 많은 빨간색이 있는지 보여줄게. 아무리 못 잡아도 99개를 보여줄 수 있어. 그렇지만 오늘은 12개만 보여줄게. 그게 위에 있는 것들이야. 그러니까 같은 빨강이라도 미세하게 색감의 차이가 이만큼 많이 난다는 거야. 신기하지? 그런 줄 모르고 우리는 지금까지 빨강이면 그냥 하나만 생각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무지개색 일곱 가지가 모두 이런 특성이 있어. 우리는 가시광선을 빨-주-노-초-파-남-보고 구분하고 있잖아. 빨강에서 봤듯이 다른 색도 색상의 차이가 크게 나. 주황이라고 다 같은 주황이 아니고, 파랑이라고 다 같은 파랑이 아니라는 말이자.   


더 재미있는 게 뭔 줄 아니? 놀라지 마. 디자인 분야에 일하는 전문가나 화가는 색을 잘 구분해 그만큼 색을 보는 재능이 있어. 이런 사람들은 열심히 훈련하면 무지개색을 100만 개까지 구분할 수 있데. 놀랍지 않아? 그만큼 색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거지. 일반인도 색상 훈련을 하면 색을 구분하는 실력이 좋아지기는 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겠지. 뭐 색을 그렇게 많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요? 색을 그렇게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잖아? 물론 그 말도 맞아. 우리가 생활하는 데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그건 전문가의 영역이지 일반인의 영역은 아니니까.


그럼, 전문가는 왜 그리 색을 많이 알아야 할까? 이유야 많아 예를 들어 보자. 유명 패션 회사의 디자이너는 색을 잘 구분하면 좋은 점이 많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잖아. 그 미세한 색의 차이를 구분해서 유행에 맞는 색으로 옷을 만드는 거야. 그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잖아. 소비자가 원하는 서로 다른 빨강 중에서 모두가 좋아할 만한 빨강을 선택하지.


화가는 또 어때? 앙리 마티스나 마르크 샤갈을 왜 색채의 마법사라고 부를까? 그들은 그림을 그릴 때 남들이 잘 쓰지 않은 색을 사용했어. 과감하기도 하고 도전적이기도 하지. 그들의 그림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색감 때문이야. 그만큼 색을 많이 알고 잘 사용하는 화가들이야.


노을의 붉은색은?

이렇게 따지고 보니, 일반인들의 눈은 썩 좋지 못해. 같은 파장 안에 있는 색은 다 비슷하게 보이거든. 당신은 빨강 안에 있는 색의 스펙트럼을 몇 개나 구분하겠어? 그건 당신이 주황이나 노랑을 볼 때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쪼개서 볼 줄도 모르고, 그렇게 보는 것이 귀찮아. 그냥 빨강, 주황, 파랑하고 말하지, 그것을 세세하게 따져볼 생각을 안 하는 거지. 그건 화가나 색상 전문가들한테 맡기면 되잖아.  


자 이제 정리해 볼까? 일반인은 붉은색 파장 안에 있는 색을 모두 빨강이라고 해도 좋아. 그래야 나를 이해하기 편할 거야. 사실 빨강이 모두 같은 급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았잖아. 자기가 진짜 빨강이라고 우기는 색도 있겠지. 사람들이 자기를 더 좋아한다고 난리를 치기도 해. 웃기지도 않지? 빨강이면 다 한 식구요, 형제들인데 무얼 그리 잘 났다고 우길까.


사진 Pixabay


붉은 저녁노을을 자세히 봐. 붉은색이 하나가 아니잖아. 자세히 봐! 위에서 630-750nm 파장의 빨강이 다 있잖아. 노을에는 크림슨 빨강도 보이고, 체리 토마토의 빨간색도 보여. 그것 말고도 빨강의 이름이 한둘이 아니야. 우리는 통칭해서 붉은 노을이라고 이야기하지.


일상생활에서 파장 하나하나를 따져가면서 붉은색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 그렇게 살면 과학적이긴 하지만, 낭만적이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때로는 무디게 사는 것이 더 아름다워. 각자가 자기가 최고의 빨강이라고 우기고 다투지만 그게 뭐 대수야?


어느 빨강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 노을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자칭 급이 높은 단 하나의 빨강이 아니야. 수많은 빨강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저녁 하늘이 아름다운 법이지. 그러니 서로 잘났다고 우길 일 뭐 있겠어.


빨강의 힐링

자, 지금부터는 빨간색이 주는 심리적 안정 효과를 말해줄게. 나는 활력과 열정을 상징해. 기운이 없이 축 처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어. 빨강인 나를 보면 사람들의 에너지가 생기고,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져. 이것은 운동 신경을 자극하고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해주지. 이렇게 되면 선수는 자기 기량보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보이기도 해.  


주의를 끄는 경계색으로 나를 많이 사용하잖아. 중요한 정보나 행동을 강조할 때 빨간색 글씨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특히 열정적인 사랑, 넘치는 열정,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할 때 빨간색인 나를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거야. 또 상대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고 싶으면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가 봐.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 볼 일 없어.


빨간색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식욕을 강하게 만들어. 토마토, 석류, 붉은 포도 등의 빨간색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리코펜(lycopene)은 노화의 주범인 산화작용을 방지해. 게다가 전립선암 발생률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의 예방, 혈관 건강, 면역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기특한 성분이야. 딸기와 라즈베리, 크랜베리, 석류에 함유된 엘라그산도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함으로써 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준대. 


빨간색 토마토는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방지해 동맥경화증, 관상동맥, 심장병 등 질병을 예방해. 토마토는 몸속에 소금기가 많으면 몸 밖으로 배출시켜 혈압상승의 위험을 방지해 주지. 95% 이상이 수분인 토마토는 혈당지수가 낮아 당뇨 예방에도 기특해. 이탈리아 사람들은 토마토를 그리스 신화 속 헤라 여신의 ‘황금의 사과’라는 뜻으로 포모도로(pomodoro)라고 불러. 이탈리아 남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전립선암에 적게 걸리는 까닭은 1년에 70kg이 넘는 불멸의 황금사과인 토마토를 먹기 때문이라고 해.  

    

알그린산이 풍부한 빨간색 석류의 씨들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 서양 여인들은 아기를 순산하기 위해 석류를 즐겨 먹기도 했다고 하네. 석류 씨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아이소플라본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아이소플라본은 여성의 몸 안에서 에스트로젠(여성 호르몬)처럼 작용하지. 그래서 현대에서 여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적인 빨간색 과일이 되었지.       






이전 11화 식욕이 떨어지면 빨강을 먹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