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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03. 2023

초록의 힐링과 초록 수술복 이야기

【색(色)의 인문학 8】


초록색 과일과 채소

풍부한 클로로필(Chlorophyll)

제7의 영양소인 황산화 물질

초록은 힐링의 색깔이야



녹색의 스펙트럼



괴물의 초록



2011년 드림웍스에서는 영화 <슈렉(Shrek)>을 선보였는데,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혁명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아.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드림웍스란 회사가, 당시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그리고 데이비드 가이거가 함께 설립한 것이야.


<슈렉>은 숲 속에서 혼자 사는 녹색 괴물 슈렉의 이야기야. 성 밖 늪지대에 사는 엄청나게 못생긴 녀석이야. 지저분한 진흙으로 샤워하고, 동화책을 화장실 휴지로 쓰는 녀석이지. 그러나 그의 성격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성격이야. 이 영화는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 것이지.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2003년에 제작한 <헐크>도 녹색 몸을 가진 주인공이 주요한 역할을 해. 또한 많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외계인이나 괴물의 색상을 녹색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아마도 인간이 만든 녹색 안료의 그 특이한 특성 때문일 것이야. 사람들은 쉽게 변색하고, 햇빛에 바래 흉측한 녹색을 보며 괴물을 떠올렸지.


비소 성분이 포함된 녹색 안료가 나왔을 때, 그 선명하고 밝은 색상에 사람들은 매료되었어. 이 안료를 활용해 다양한 예술 작품과 장식품을 만들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치명적인 독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어. 이렇게 해서 '죽음을 부르는 초록'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생겨나게 되었지. 


비소 성분이 든 윤기 나는 초록 안료가 개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매료되었어. 화가들은 앞다투어 물감을 사용했고, 실내 장식가들은 섬유와 벽지를 염색하는 데 사용했어. 초록빛이 풍성하고 깨끗한 안료에 금방 빠져들었어. 비소를 함유한 초록은 건강에 치명적이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어. 오죽하면 이 시기에 죽음을 부르는 초록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을까.


그린 경영의 시대

초록의 운명은 20세기 중반까지도 불안정했던 시기가 있었어. 그러나 세계적인 환경 단체들이 녹색을 자신들의 상징색으로 선택함으로써 그 이미지는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어. 그린피스와 영국의 녹색당 같은 조직들이 그 중심에 있었지.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와 녹색이 밀접하게 연관되었고, "그린 물류", "그린 환경", "그린 경영" 같은 용어들이 일상어로 자리 잡았어.


사실, 초록색 계열이 다른 색상에 비해 종류가 적다는 인식이 있긴 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나무의 잎을 보면 알 수 있어. 한 장의 나뭇잎에서도 다양한 그린의 톤을 발견할 수 있어. 부드러운 올리브색에서부터 신비로운 진한 초록색까지.


누군가는 그린 어스(Green Earth)를 동틀 무렵의 바다 안개와 이슬 맺힌 이끼의 색으로 비유했어. 그만큼 연두색에 가까운 부드러운 느낌을 가진다는 거지. 그 외에도 매혹적인 버디그리(Verdigris),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공작석의 색, 고려청자를 연상케 하는 셀라돈(celadon), 그리고 질투를 상징하는 에메랄드그린(Emerald Green) 등, 초록색도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


초록색 과일과 채소에는 클로로필(Chlorophyll)이라는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토케미컬은 '식물의 항산화 물질'로 불리며, 몸에 좋은 식물성 화학물질이야. 이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물, 비타민, 무기질에 이어 '제7의 영양소'로 칭해져. 클로로필은 간세포의 재생을 도와주고, 체내의 중금속을 배출시켜 주며,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좋은 효과가 있지.


녹색 식물과 과일들은 이러한 이유로 그린 푸드라 불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근대, 상추, 양배추, 배추, 청경채, 오이, 아스파라거스, 콩, 아보카도와 같은 잎채소뿐만 아니라, 키위, 녹색 사과, 청포도 등의 과일도 여기에 포함돼. 녹차 역시 항산화와 항암 작용으로 인해 녹색 식품으로 분류돼. 이러한 녹색 식품들은 건강은 물론 눈의 피로도 줄여준다고 해.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료진은 하얀 가운을 선택해 입는데, 이는 청결함을 상징하며, 오염된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줘. 이를 통해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어.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색의 가운을 입는 병원도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하얀 가운을 선호해.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수술실에서는 녹색 가운을 선택하는 이유는 따로 있어. 수술 중 환자의 빨간색 피를 보게 되는데, 하얀 가운에 피가 묻게 되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야. 또한, 밝은 수술 조명이 하얀 가운에 반사되면 의사나 간호사의 눈이 피로해질 수 있어. 더 큰 문제는, 빨간색 피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녹색의 잔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수술 중 의사의 시력을 방해하게 되지. 따라서, 녹색 가운을 입음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1434), 얀 반에이크


이만큼 알게 되었다면, 초록색이 저주받은 죽음의 색이 아님은 분명하겠지? 그럼 이제 특별한 그림을 보여줄게. 당시는 아직 유화 물감이 활용되지 않던 시기였어.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얀 반 에이크(1385~1441)가 최초로 유화 기법을 사용해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1434)를 소개할게. 그는 중세 말기의 불안정하고 탁한 초록색을 밝고 선명한 색으로 재현했어. 놀랍게도 그가 사용한 초록색은 6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어. 이것이 바로 얀 반 에이크의 초록색 기법이 대단한 이유야.


초록의 힐링

초록색은 사람들에게 평온함과 평화로운 감정을 전달해. 자연 속의 숲이나 초원을 떠올리면서 휴식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 이렇게 자연의 색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어. 휴게실이나 공부 방과 같은 공간에 이 색상을 사용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돼.


초록색은 또한 시작, 성장, 그리고 재생의 상징이기도 해. 몸과 마음의 상처와 피로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힘이 있어. 정서적 안정은 물론, 감정의 균형과 안정감도 증진시켜. 그렇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록색을 활용하는 것이 좋아. 생명의 상징인 초록색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


초록색 음식은 건강에 뛰어난 효과를 지니는 제철 음식 중에서도 빼어나. 초록 식물들은 '초록의 피'로 불리는 엽록소를 함유하고 있어. 클로로필은 항산화와 항암 효능을 가지며, 독소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 녹색 잎채소는 루테인과 제아잔틴이 풍부해서 눈 건강을 보호하며, 황반변성의 위험도 줄여줘. 


신선초, 브로콜리, 케일, 돌미나리, 키위, 오이, 배추 등은 초록색 음식의 대표적인 예로,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녹차, 매실, 시금치, 양배추 등 짙은 초록색의 식품은 눈의 피로를 해소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이제 자연의 색인 초록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잘 알게 되었겠지? 고기와 햄버거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연의 초록색 음식에도 주목해야 해. 그리고 자주 초록색을 보면 눈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 결국, 초록은 악마의 색이 아니라 천상의 색이라고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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