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의 인문학 14】
감히 보라색 옷을 입는다고?
보라색은 황제의 색이야
고고하면서도 세련되었고
무한의 가능성과 예술성의 보라색
보라색이 잘 어울리는 미인
“보라색 옷이 잘 어울립니다. 당신은 미인입니다!!”
보라색은 화려하지만 차갑고, 열정적이지만 외롭고, 신비롭지만 고독하고, 절대 권력을 나타내면서도 나약함을 보여. 색깔 가운데서 가장 이중적이고 치열하게 논쟁적인 색깔이야.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보라색의 특성은 옷을 받쳐 입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해. 그러니 보라색이 잘 어울리면 미인이란 말하면 틀린 것이 아니야.
보라색은 남성적인 빨간색과 여성적인 파란색이 만나서 만들어지지. 열정의 홍(洪)과 냉정의 청(靑)이 만나 보라색이 탄생한 거야. 극단적인 두 세계가 만나 보라의 세상을 만들었다고 보면 돼. 그러니 보라색은 오묘하면서도 신비로울 수밖에 없어. 푸른빛이 감도는 보라색은 우주의 신비로움을 표현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지.
보라색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했지. 그렇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바이올렛(violet)과 퍼플(purple)로 나눌 수 있다고 했잖아. 둘 다 일찍부터 신비감이 도는 색이라 일찍부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어. 바이올렛은 제비꽃의 색상으로 퍼플보다 자연에서 구하기 쉬웠어. 그렇다고 다른 염료들처럼 값싸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그렇지만, 고대에서 퍼플 보라 염료를 만드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고 해. 목숨을 구한 항해 끝에 구한 무렉스(Murex brandaris)라는 바다 고둥에서 구해야 했어. 무렉스 고둥을 대량으로 잡아 올려 깨부숴서 그 분비물을 모아 햇볕에 말리는 길고 고된 작업을 통해 퍼플을 얻었어. 제작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해우 힘들었다고 해. 그리고 사람도 엄청나게 투입되어야 하는 노동 집약적 생산이라 퍼플 가격이 비쌀 수박에 없지.
이렇게 구한 퍼플 보라를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라 불렀어. 기원전 1200년경에 페니키아의 "티로(Tyre)" 지방에서 만든 염료라는 뜻이야. 지금의 레바논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 도시 "티로(Tyre)"에서 이름을 딴 색이야. 티리언 퍼플의 제작 방법은 그리스인과 로마를 거쳐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제국이 함락이 될 때 전해졌어. 로마 황제들이 바이올렛 염료 제작 방법을 직접 통제하고 비밀에 부쳤어. 그 바람에 동로마가 멸망하면서 염료 제작 방법도 사라진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 벌어진 거야.
중세 시대에 어찌어찌해서 뮤렉스에서 보라색 염료를 뽑아내는 방법을 찾아냈어. 고둥이 분비하는 점액을 긁어내어 오랫동안 달이면 퍼플 염료가 나와. 그것을 옷감에 염색한 뒤 햇빛에 말렸어. 그랬더니 옷감의 색이 처음에는 초록으로, 그다음에는 빨강으로 변했다가 마지막에는 퍼플 보라색으로 변했어. 과거 방식대로 퍼플 보라 1g을 만들려면 뮤렉스 고둥이 약 만 마리가 필요해. 그렇게 어렵사리 손수건 한 장을 퍼플 보라로 염색하니, 비용이 무려 14,000달러(약 1,850만 원)나 든다는 거야.
나는 황제다(Born in the purple)!!
처음에는 귀족들도 퍼플 보라로 지은 옷을 입고 다녔지. 당시만 해도 퍼플 보라가 최고의 명품이었어. 귀족들은 너도나도 보라색 망토를 걸치고 다니며 으스댔지. 당시에는 부와 신분을 과시하기에 퍼플 보라만 한 색이 없었어. 이렇게 되니 지상에서 퍼플 염료가 동이 난 거야.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물건이 없으니 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황제가 아예 황실 외에는 티리언 퍼플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
귀족들이 보라색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본 로마 황제는 배알이 꼴렸어. 도대체 저것들이 어떻게 저 비싼 보라색 옷을 구했을까? 그것이 궁금해졌어. 그러다가 황제의 머리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어. '저건 분명 백성들을 쥐어짜 돈을 마련했을 것이야. 그래서 ' 황제는 귀족들이 보라색 옷을 입다가 걸리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표했어.
로마의 절대 강자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시절에는 원로원조차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없었어. 퍼플 보라는 오직 절대 권력자의 한 사람을 위한 색이었지. 네로 황제는 보라색 옷을 입는 사람은 황제의 자리를 탐낸다고 생각하여 반역죄로 처형했지. 그만큼 그는 퍼플 보라를 사랑했어. 지금도 남아 있는 네로 황제의 욕조는 보라색 광택이 나는 대리석으로 여전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해.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궁전에는 바닥에서부터 벽면, 커튼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꾸며진 방이 있었다고 해. 황제의 자식 중에서 보라색 방에서 태어난 아이만이 왕위 계승권을 가질 수 있었어. 'born in the purple’이라는 영어 숙어가 그래서 생겼다고 하네. 그 뜻은 ‘왕이나 귀족의 신분으로 태어난’이란 거야. 말하자면, 황제가 되려면 보라색 방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말이야.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보라색 제작 방법은 페니키아인의 손을 통해 그리스인과 로마로 이어졌지. 그 후 이 제작 방법은 동로마 황실이 물려받았어. 로마 황제들이 바이올렛 염료 제작 방법을 직접 통제하고 비밀에 부쳤어. 그러다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제국이 함락하면서 제작 방법이 사라졌다고 해. 퍼플 보라는 지존의 대접을 받은 황제의 색이었어.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논쟁적인 보라색
보라색은 색깔 가운데서 가장 신비로운 색이지. 화려하지만 우울하고 도도하지만 외로움이 느껴져. 보라색은 열정의 빨강과 냉정의 파랑이 만난 색이야. 그래서 남성적인 강함과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함께해. 도회적 우아함과 세련미를 갖춘 까닭은 보라가 가진 중성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야. 또 보라색은 신비로움, 고귀함, 화려함, 치유의 이미지와 고독, 우울, 상처의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지.
고고함,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보라색은 옛날부터 귀부인들의 옷감으로 인기를 끌었어. 하지만 보라색이 가진 난해한 이미지와 강한 개성으로 다른 색깔과의 조화가 무척 어려웠지. 자칫하면 천박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줄만큼 까다롭지. 그래서 보라색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진짜 미인이라는 말이 나왔어.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직관력이 뛰어나다고 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에 영감을 주고 창의력을 자극하지. 그래서 예술작품, 창의적 상품을 생산할 때 보라색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 고급 마케팅에서는 보라색을 활용해 제품의 품격을 높이지. 감성을 자극하는 보라색은 차별성을 추구하는 마케팅에 적합해.
세계 최고의 색채 연구소인 미국 펜턴(PANTONE) 색채연구소는 '2018년 올해의 색'으로 울트라 바이올렛을 선정했어. 팬턴은 복합적이고 사색적인 울트라 바이올렛 컬러는 우주의 미스터리, 미래에 일어날 흥미로운 일들, 현존하는 것들을 넘어선 존재를 암시한다고 정의했지. 광대하고 끝없는 밤하늘은 가능성에 대한 상징이며 우리의 세계를 넘어선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