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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14. 2023

몽환적인 보라색의 꿈

【색(色)의 인문학끼 13】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논쟁적인

남성적이면서 동시에 여성적인

현실적이면서 몽확적인 보라색

오늘도 보라색 꿈을 꾼다



보라색 꿈

나는 황제의 색 보라야. 내가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받는 색인지 지금부터 말해줄게. 보라의 파장은 대략 380nm에서 450nm 사이에 있어. 파장이 이 범위에 있으면 빛을 보라색이라고 해. 보라색도 가만히 보면 하나의 색만 있는 게 아니야. 자주색, 담자색, 보라, 라일락색, 가지색, 와인색, 라벤더색, 마젠타색 등이 다 보라를 뜻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거야. 우리는 색채 전문가가 아니니까 이걸 다 알 필요는 없어.  



우리가 말하는 보라색에는 왼쪽의 붉은빛 나는 퍼플(Purple)과  오른쪽의 푸른빛 나는 바이올렛(Violet)이 있어. 자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어. 청자색(靑紫色)이라 불리는 바이올렛은 가시광선의 제일 끝에 있는 색이야. 제비꽃의 색상이며, 실제 파장이 존재하지. 반대로 왼쪽에 자주색(紫朱色) 보라(Purple)는 가시광선 속에 존재하지 않은 색이야.  


이게 무슨 말이냐고? 퍼플은 빨강과 파랑을 각각 50%씩 섞어 만들어낸 색이라는 뜻이야. 가시광선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이 만들어 낸 거야. 50%의 빨강과 100%의 파랑을 혼합한 바이올렛보다 퍼플은 붉은빛이 더 많은 색이야. 그래서 퍼플이 바이올렛보다 더 강하고, 더 따뜻한 느낌을 주잖아. 반면에 퍼플보다 상대적으로 파란색이 두 배나 섞인 바이올렛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지. 

     


뭐 이것 말고도 연한 보라색이나 분홍색을 띠는 모브(Mauve) 보라색도 있어. 이 색상은 자연에서는 찾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제품 디자인, 패션, 인테리어 등에 활용되지. Mauve는 또한 섬세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색상으로 여겨지며, 종종 로맨틱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사용돼.


아 참 라벤더(Lavender)도 있지. 연한 보라색을 띤 라벤더꽃에서 나온 색이야. 그래도 모브보다는 조금 더 진한 느낌이 들어. 모브와 라벤더는 느낌이 비슷해. 평온하고 조용하고 로맨틱함을 상징하지. 역시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색이야.


이렇게 보니 내가 예사로운 색이 아니라는 걸 알겠지? 지금까지 무지색을 살피면서 이렇게 몽환적인 색상을 본 적 없잖아. 이런 신비감 때문에 나는 옛날부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어. 신비로운 영혼의 색인 바이올렛과 권력의 상징인 퍼플은 지금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 나는 오늘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보라색 꿈으로 하루를 시작해. 뭐 돌아보면 현실은 팍팍하지만, 그래도 꿈을 보라색으로 꾸는 건 나쁘지 않을 거야.


신비롭고 중성적인 보라색의 심리 효과

보라색은 무지개색 가운데서 가장 신비로운 색으로 꼽혀. 화려하지만 도도하고, 그러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이지. 보라색은 열정의 빨강과 냉정의 파랑이 만난 색이야. 그래서 남성적인 강함과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함께해. 도회적 우아함과 세련미를 갖춘 까닭은 보라가 가진 중성적 이미지 때문일 거야. 보라색은 신비로움, 고귀함, 치유, 회개, 성찰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래서 뜻밖으로 종교 단체에서 보라를 좋아하고 많이 사용해.    

  

보라색은 고고함, 세련된 이미지를 주기에 예로부터 귀부인과 귀족들의 옷감으로 인기를 끌었어. 하지만 보라색이 가진 난해한 이미지와 강한 개성으로 다른 색깔과의 조화가 무척 어렵지. 자칫하면 천박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오죽하면 보라색을 입었을 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진짜 미인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색채 심리학자 악셀 뷔터(Axel Buether)의 저서 『색, 빛의 언어』(이미옥 옮김, 니케북스, 2020)을 보면 재미있는 표현이 나와. 물론 보라에 관한 이야기지. 일부를 옮길 테니 한 번 읽어 봐.   

   

“보라색은 그야말로 대립하는 요소들로 가득한데. 온기와 냉기, 가까운 곳과 먼 곳,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내포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해결할 수 없는 모순과 같다.”     


이런 까닭에 보라색은 흔히 신비롭고 배후에 뭔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딱 부러지게 이거다 하고 정의하기 힘들지만, 모호하고 애매하기에 신비로운 색이 보라야. 거부할 수 없고, 팜므파탈의 몽환적 매력에 빠져드는 느낌이야. 비록 그 길이 파멸로 간다 해도 딸려가는 거야.   

 

보라색의 힐링

보라색은 안정감과 평온함을 주며,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창조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라색은 작가, 예술가 그리고 디자이너가 보라색을 사용하여 창조적 에너지를 생성하기도 해. 그래서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직관력이 뛰어나다는 말도 있잖아. 


보라색은 영성, 신비주의, 고요한 명상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높은 수준의 의식과 영적 인식을 상징하는 보라색은 종종 종교 단체의 행사에 많이 사용기도 해. 왕족과 귀족을 연상시키는 보라는 자아 존중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졌어. 그 밖에도 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합으로 생기는 색상이라 냉정과 영정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색이야.  


블랙베리 (Blackberry)는 완전한 검은색이 아닌 경우에는 진한 보라색 또는 자주색을 띠기도 해. 블루베리는 이름에 '블루'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보라색에 가까운 색상을 가진 게 많아. 블루베리에 든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항산화 효과가 있고, 세포 노화의 원인이 되는 산화작용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검은 보라색을 띠는 가지는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채소야. 가지의 자주색 색소인 나스닌(Nasunin)은 질병 예방과 항암 기능에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해. 이외에도 가지에는 칼륨의 함량이 비교적 높아서 몸속에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을 배출함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좋은 채소야. 보라색 포도 껍질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도 건강에 유익한 파이토뉴트리언트라고 해.   

 

이것 말고도 에그플랜트(Eggplant 또는 Aubergine), 보라색 당근(Purple carrot), 보라색 감자(Purple potato), 그리고 보라색 케일(Purple kale) 등이 있다. 보라색 야채는 다양한 영양소와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지. 그래서 보라색 야채나 과일을 오래 먹으면 건강에도 좋아. 


매력적인 보라색 마케팅

7가지 무지개색 가운데서 가장 신비로운 꼽으라면 보라색을 들 수 있어. 화려하지만 우울하고 도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롭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있어. 보라색은 남성적인 강인함과 원시성, 그리고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도회적 우아함을 지니고 있지. 열정의 빨강과 냉정의 파랑이 만난 색이라 한쪽으로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어. 두 색의 성격을 모두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



페덱스 홈페이지


보라색을 브랜드로 사용해 고급스러움, 창조성, 혁신성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세계적인 물류 기업 페덱스(FedEx)를 들 수 있어. 페덱스는 로고에 보라색과 주황색을 사용하여 회사의 서비스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지. 고급스러움과 우아한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어.   


캐드베리 초콜릿, 사진 픽사베이

     

영국의 캐드베리(Cadbury) 초콜릿 회사도 보라색을 포장과 브랜딩에 사용하고 있어. 덕분에 초콜릿에도 고급스럽고, 신비한 이미지를 입혔어. 아이들이 보면 푹 빠져들겠지. 어른들도 한 번쯤 손을 내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보라색 때문일 거야.  


이처럼 마케팅에서 보라색을 잘 활용하면 제품의 품격을 높일 수 있어. 황제의 색을 가졌다는 과시효과라고 할까. 귀부인들의 상품을 바이올렛 선물 장자에 담아 보내는 좋아한다고 해. 마케팅의 소소한 팁이지만, 그만큼 보라가 귀족의 색이라는 뜻이지.   


그렇지만 보라색도 늘 좋은 이미지만 주는 건 아니야. 보라를 극단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억제하는 성격이라는 말도 있어. 보라를 많이 쓰면 내적 성찰에 지나치게 깊이 빠져는 경향이 있다고 해. 모든 일이 그렇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어. 아무리 영성과 성찰의 보라색이라도 과하면 오히려 부담스럽게 보이는 거야. 


한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유행한 적 있어. 참 듣기 좋은 말이야. 그 말을 들으면 나도 희망이 솟고 힘이 나.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은 꿈이 이루지는 사람도 있고,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거야. 우리는 꿈을 이룬 사람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이루지 못한 꿈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도 어쩌겠어? 꿈마저 꾸지 않는다면 내 영혼은 계속 허기질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보라색을 꿈을 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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