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절규

by Henry

경제가 발달하면서

살기는 나아졌지만

정서적 결핍에 소리치는

아이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해



《절규(1893)》에드바르 뭉크

아이의 절규

"억울해. 세상이 원망스럽고 두려워."


피해의식일까? 아니면 진짜 억울한 걸까? 이렇게 절규하는 아이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어. 세상에는 가혹한 운명에 처해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아. 어릴 때 부모한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사람도 있어. 심지어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 공포 속에서 자라는 아이도 있지. 지금도 어디선가 아이가 이렇게 절규하는지도 모르잖아.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건강한지 살피려고 해. 우리 사회에서 자살, 폭력, 살인이 일상 용어가 된 지 오래야. 한발 더 나아가 동반 자살, 묻지 마 폭력과 묻지 마 살인까지 등장했어. 인간은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지만, 더 나쁜 악행을 저지르기도 해. 착함이 발전하지만, 악행도 진화하는 건가 봐. 이러다간 모든 사람을 경계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2017) 보고서는 가정 폭력을 가해한 성인의 89.5%가 아동기에 학대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어. 성장기에 학대를 경험한 부모 중 약 75%가 자녀에게도 학대를 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아동 학대의 세대 간 대물림이 학술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지. 다시 말하면 아동기의 가장 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로 변신한다는 뜻이야.


아동기에 가정 폭력 경험이 있는 피해자라도 성인이 되어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한 사례도 많이 보고된다고 해. 따라서 아동 폭력의 가해자가 반드시 아동기 가정 폭력의 희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그것 말고도 양육 환경과 빈곤의 정도 등 사회적 환경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해. 어쨌든 가정 폭력의 대물림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이 됐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은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야. 통계청이 발표한「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는 아동·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라고 말하고 있어. 게다가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67%로 조사 대상 OECD 국가 30개 중 27위로 하위권이야. 네덜란드는 90%, 멕시코는 86%, 핀란드는 84%로 만족도가 높아.


개인의 힘과 의지로만 세상을 살기가 무척 힘들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그래. 부모가 바쁘게 일하며 돈을 벌다 보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양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자리기가 어려워. 어릴 적에는 충분히 보호받고 관심을 받아야 해.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잘못되면 아이의 정서 발달과 두뇌 발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살림살이는 나아졌어

대한민국은 놀라운 변화와 발전의 역사를 가진 나라야. 과거에는 외국의 원조를 받아 겨우 살아갔던 나라에서, 지금은 다른 국가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크게 발전했어. 그러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삶은 윤택하고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났는데도 그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더 외롭고 쓸쓸해졌어. 이웃이 누군지 알지 못하고, 그들과 살갑게 말을 나눠본 적도 없어.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가끔 우리를 짓누르기도 해.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경쟁을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야. 누구든 그걸 피할 수 없어. 부모를 잘 만나면 살기가 한결 쉬워지지. 남보다 일찍, 더 멀찌감치 앞서 출발할 수 있어. 그런 환경이 아니라면, 혼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해. 내가 아무리 똑똑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 실력을 꽃피울 수 없어.


오죽하면 자본주의는 사람의 영혼을 갈아 넣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까? 안타깝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그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자본주의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영혼을 쏟아부어야 해. 회사나 직장 생활을 떠올려 봐. 성과를 요구하는 회사의 압력이 만만치 않아. 실적을 달성하려면 극도로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 그러니 현대인들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는 것도 무리가 아냐.


사회는 개인에게 과도한 긍정을 요구해. 밝은 웃음과 활기찬 동작, 낙천적인 태도와 적극성이 대우받지.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행동 방식도 달라. MBTI의 성격 유형만 해도 16가지야. 사실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충분치 않아. MBTI의 질문에서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사람의 성격을 달리 봐야 해. 이 말은 사람의 성격은 더 세분화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유형이 훨씬 많다는 것을 뜻하지.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 긍정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야.


사람들은 더 긍정적이고 더 낙천주의적 태도를 보이는데, 왜 우울증이 증가할까? 그건 긍정성의 과잉이 불러온 모순이라고 생각해. 폭력적인 피로, 과도한 성과주의, 긍정성의 과잉은 개인의 영혼을 병들게 해. 회사나 조직이 요구하는 성과를 올려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잠시 쉬고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정신이 온전하게 견딜 수 있어.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지.


머릿속의 정신 근육이 문제야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은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가 마련한 익명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우울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들은 익명성의 보호막 아래서 위로와 위안을 구해. 여론이라는 이름의 권위에 휘둘리며 맹목적인 추종자로 살아가지. 키보드 넘어 개인은 집단성의 광폭함에 영혼을 빼앗기고, 심각한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어.


그래서일까.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재산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이 비극적인 사건을 초래하기도 해.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보내지 못하고 결국 살인하는 일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최근에는 이도 저도 아닌 아무런 이유와 근거가 없는 묻지 마 살인이 벌어지고 있어.


왜 그럴까? 이미 몇 차례 이야기했어. 머릿속 신경회로가 문제를 일으킨 거야. 어릴 적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머릿속 정신 근육이 약해서 그렇다고 봐. 도대체 우리 머릿속은 어떻게 생겼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당황스러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두뇌는 "블랙박스(Black Box)"라고 말했어. 정보를 입력하면 행동이라는 결과를 출력하지만,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를 알 수 없었지.


2000년 이후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어.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과 신경전달물질의 상호 작용이 생각을 만들고 사유를 만든다는 것을 밝혔어. 그래서 머릿속 뇌신경 회로의 연결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아직 머릿속 내부 작동 메커니즘을 완전히 해석한 건 아니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어.


현대 뇌과학은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했어. 아이의 머릿속 신경회로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려면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도 밝혔어. 정신 근육을 강화하려면 학습 방법과 양육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야. 살기가 좋아지고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안심하는 것은 위험해. 가족 내에서도 정서적 결핍으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는지 아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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