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한날한시에 피지는 않아
하물며 사람은 더 그래
조금 늦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거야
바위틈에 떨어진 민들레 홀씨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로 날아다니다 땅에 떨어져. 어떤 꽃씨는 운 좋게 풀밭에 떨어지고, 재수 없는 꽃씨는 바위틈에 떨어져. 같은 꽃에서 나온 씨들이라 크기와 모양도 같아. 풀밭에 떨어진 씨들은 비옥한 땅에 쉽게 뿌리를 내리지. 알맞은 비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쑥쑥 자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
바위틈에 떨어진 민들레 홀씨는 척박한 땅에서 고생하지. 가늘게 뿌리내려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해. 이들은 봄이 오면 겨우 꽃을 피웠다가 이내 시들어 버려. 바위틈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꽃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떨어진 꽃씨는 싹을 틔우지 못하고 죽어.
같은 씨앗이라도 어떤 땅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천차만별로 갈려. 비옥한 땅에서 자란 씨앗은 풍성한 꽃을 피우고 실하게 열매 맺어. 척박하고 험한 땅에서 자란 씨앗들은 강인함은 있으나 꽃과 열매가 풍성하지 못해.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뿌리는 빈약한 꽃을 피워. 이처럼 같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 씨앗들도 자라는 토양에 따라 발육과 결실이 확연하게 달라져. 또 꽃 피는 시기도 달라서 일찍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늦게 활짝 피는 꽃도 있어.
사람도 환경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식물과 그리 다르지 않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질이 비슷하다 해도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성인이 된 후 큰 역량 차이를 보일 수 있어.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지능이 비슷해도 성장 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자질이 잠재력을 발현하는 데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야. 후천적으로 어떤 가정에서 자라느냐도 아이의 재능을 발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지.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철이 든다?
사람의 전두엽(뇌의 앞이마 부분)은 절제와 인내, 계획과 사유 등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지적 능력을 관장해. 축구팀으로 말하면, 전두엽은 감독이자 공격수라고 보면 돼. 전두엽이 발달해 인내와 절제의 힘이 강한 사람이 사회성과 공감 능력도 뛰어나지. 손발, 눈, 코, 입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의 자극이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대응 명령을 내리는 곳이 바로 우리의 전두엽이기 때문이야.
문제는 전두엽은 성인이 돼서야 완전히 성숙한다는 데 있어. 여성은 대략 20세 초반이면 다 자라지는 것으로 알려졌어. 남성은 20대 중반이 돼서야 전두엽이 제 자리를 찾고 완전히 성숙한다고 해.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일찍 성숙하거나 더 늦게 성숙하기도 해. 인생을 설계하고 작전을 짜고 사유하고 계획하는 전두엽이 늦게 성숙하면 어떻게 될까? 마치 늦게 피는 꽃처럼 개인의 능력이 만개하는 시기가 늦어지게 돼.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철이 든다.'는 말이 있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야. 군대 갔다 오면 정신력이 단단해져 철이 드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군대 갔다 오지 않은 친구들도 대략 20대 중반을 지나면 자기 앞가림을 하기 시작하지. 따지고 보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군 제대 여부가 철든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아. 남자들은 20대 중반이 되면 전두엽이 성숙해지기 때문에 철이 드는 거야. 이 시기가 묘하게 군 제대하는 시기와 겹쳐 그렇게 보일 따름이지.
우리 뇌 안쪽에는 감정, 동기부여, 충동적 행동 등을 관리하는 변연계(limbic system)가 자리하고 있어. 이를 흔히 '감정의 뇌'라고 부르지. 사춘기가 되면 이곳은 완전히 발달하며, 이 시기에는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여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돼. 특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어.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반응을 절제하는 전두엽은 이 시기에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그래서 청소년들이 더욱 불안정한 감정을 보일 수 있는 거야.
문제는 이성의 전두엽이 감정의 변연계보다 늦게 성숙하는 데 있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변연계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은 전두엽의 몫이야. 남성은 20대 중반이 돼야 성숙하는 인내의 전두엽이 사춘기의 변연계가 지닌 폭발력을 제어하지 못해.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미숙한 사춘기 시절의 방황은 자신의 일생을 뒤흔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전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성숙 속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야.
아이야, 너는 조금 늦게 예쁜 꽃을 피운단다.
통찰력을 발휘하고 고차원적 의식을 발현하는 인간의 전두엽은 다른 동물들보다 크고 뇌에서 가장 면적이 넓어. 우리가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동안 일시적으로 정보를 기억하는 것, 즉 작업 기억은 전두엽의 역할이야. 예를 들면, 숫자를 계산하거나 책을 읽을 때 바로 직전에 계산한 숫자나 읽은 내용을 잠깐 기억하는 것도 전두엽의 몫이지. 물론, 이러한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해마의 도움이 필요해.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역시 전두엽에 있어.
아이들의 전두엽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어. 그래서 고차원적인 사고나 판단 능력이 미숙할 수 있어. 부모나 선생님의 평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야. 부정적인 평가나 대우를 받으면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어. "나는 머리가 나빠 안 돼"라고 단정하고 공부를 포기하는 위험성이 나타나.
바로 이점이 문제야. 아이마다 두뇌 발달 속도가 다른데도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와 시험이 너무 빨리 치러진다는 거야. 늦게 필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로 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어. 조금 더 늦게 평가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두엽 발달 속도의 차이를 고려해 평가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어. 분명 천재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아이가 이른 평가 때문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천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지다니,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야. 우리 사회는 더 늦게, 더 아름답게, 더 훌륭하게 꽃 피는 아이를 기다려야 해. 그들을 기다리고, 격려하고,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제도가 필요해. 안타깝지만 제도를 바꾸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야. 부모들이라도 전전두엽과 변연계의 발달 속도 차이로 잠 못 이루는 아이들을 다독이고 격려해야 해.
"아이야, 너는 남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단다. 더디지만 더 크고, 더 예쁜 꽃을 피우는 아이야. 용기를 잃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