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붓질에는 자욱이 없어

by Henry

누가 저렇게 매끈하게 색칠했을까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 자리 없고

하늘의 붓질에는 얼룩이 없다 했으니

딱 그 말 그대로의 투명하고 맑은 하늘




하늘.jpg


오전 11시 30분

태양은 이미 멀어졌고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시린 가을바람의 시간


문득 올려 본 하늘은

스카이 블루

이집션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파란색이 층을 이루고

하늘을 외로 가른

날 선 한 줄기 빛


어떻게 붓질했을까?

어떻게 색칠했을까?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 자리 없고

하늘의 붓질에는 얼룩이 없다 했으니

딱 그 말 그대로의 투명하고 맑은 하늘


다시 돌아온 침묵과 묵상의 계절

침묵은 태산같이 무겁고

묵상은 바다처럼 깊어야 하거늘

들끓는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고요는 깨지고

파편으로 흩어지는 침묵들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려면

지금은 침묵하고 침잠할 때

오직 기다리고 인내하며

정성을 모아

큰 붓에 물감 듬뿍 묻혀

한 번에

단 한 번에 흐트러짐 없이 색칠할 것


자욱이 남고

붓질 재주가 모자란다고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침묵하고 침잠할 것


결실을 수확하고

빈 가지와 결별하고

겨울날 채비를 마치면

남는 시간은 관조할 것


시도록 파란 하늘을 보고

덧없는 시간을 원망하지 말고

그저 담담히 바라볼 것


눈물이 맺혀도

서러움이 솟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 가는 대로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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