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렇게 매끈하게 색칠했을까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 자리 없고
하늘의 붓질에는 얼룩이 없다 했으니
딱 그 말 그대로의 투명하고 맑은 하늘
오전 11시 30분
태양은 이미 멀어졌고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시린 가을바람의 시간
문득 올려 본 하늘은
스카이 블루
이집션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파란색이 층을 이루고
하늘을 외로 가른
날 선 한 줄기 빛
어떻게 붓질했을까?
어떻게 색칠했을까?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선녀(仙女)의 옷에는 바느질 자리 없고
하늘의 붓질에는 얼룩이 없다 했으니
딱 그 말 그대로의 투명하고 맑은 하늘
다시 돌아온 침묵과 묵상의 계절
침묵은 태산같이 무겁고
묵상은 바다처럼 깊어야 하거늘
들끓는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고요는 깨지고
파편으로 흩어지는 침묵들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려면
지금은 침묵하고 침잠할 때
오직 기다리고 인내하며
정성을 모아
큰 붓에 물감 듬뿍 묻혀
한 번에
단 한 번에 흐트러짐 없이 색칠할 것
자욱이 남고
붓질 재주가 모자란다고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침묵하고 침잠할 것
결실을 수확하고
빈 가지와 결별하고
겨울날 채비를 마치면
남는 시간은 관조할 것
시도록 파란 하늘을 보고
덧없는 시간을 원망하지 말고
그저 담담히 바라볼 것
눈물이 맺혀도
서러움이 솟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 가는 대로 지켜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