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재미
2.3킬로 뼈만 앙상한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그 아기에게 빠져있다.
내 시간도 몸도 마음도 모두 바친다.
아이를 넷이나 낳고 키웠어도 태어난 아기를 안기가 조심스러웠다.
너무 작고 연약해서 조금만 세게 안아도 부러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 아기가 배네 짓으로 웃기만 해도 온몸으로 기쁨이 스며들었다.
아기는 나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기쁨이자 선물이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일찍 진통이 시작된 딸은 일주일 진통을 하고 결국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딸이 조리원에 있을 때는 젤리캠이란 사이트에 들어가
아기 자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울기라도 하면 핸드폰을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랬던 아기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고 실제로 보는 아기는 더 매력적이었다.
우는 것 똥 싸는 것 자는 것 모두가 신기하고 예뻤다.
너무 작은 아기 무조건 먹이고 재우고 하며 몸무게 늘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드디어 한 달이 되는 때쯤 다른 아기들과 비슷해졌다. 안심이 되었다.
첫아이가 잘못된 경험이 있는지라 더 불안했었다.
엄마의 노력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하는 딸 말에 울컥했다.
딸이 출근하게 되어 내가 딸 집으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아침 6시에 집 밖을 나간 적이 없기에 어둠 속으로 나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아기 웃는 얼굴 볼 생각에 졸음을 떨치고 나간다.
실제로 아기가 웃는 것은 하루 중 한 두 번 몇 초. 그야말로 순간적일 뿐이다.
대부분 울고 징징거리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순간 적인 웃음이다.
그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밝으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아기는 무조건 적으로 울음으로 요구하는데 안아주면 또 그치니까 보람 있고 이쁘다.
이제 2개월이 조금 지난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유 먹기 잠자기 똥 싸기가 다이다.
요즘 누워 혼자 모빌을 보며 팔다리 움직이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예쁘고 기특하다.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다른 아기들은 할 수 없는 것을 우리 아기만 하는 것처럼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 아기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 아기를 보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족 단톡 영상통화를 하는데
모두가 들어온다.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기가 우리 가족을 더 가깝게 끈끈하게 이어준다.
아기가 태어나고 남편의 첫마디는 ‘더 착하게 살아야지’였다.
아기가 태어나고 더 바르게 긍정적으로 성장하며 나누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아기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돌리고 우유 먹는 양이 늘고,
우유 달라고, 똥 쌌다고, 재워달라고 떼 부리는 모습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작은 변화들, 아기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더없이 기쁘다.
하루하루 눈 빛이 달라지고 요구사항이 늘어가는 것이 성장 발달해 가는
증거이기에 울고 잠투정하는 것도 고맙게 생각된다.
그리고 아기를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부모가 처음이기에 못해 줬던 말들을 한다.
아가야, 너는 네 인생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아.
국영수 공부는 조금만 하고 심리공부 인간관계 너 자신에 대한 공부를 해
남의 말을 듣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살아.
너는 언제나 사랑받고 살아야 할 가치 있는 존재란다.
아기를 보며 설레고 기쁨을 느낀다.
삶에 의미를 더해 간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만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