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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베토벤 (특별보급판)

베토벤, 가장 뛰어난 작곡가가 혁신한 세상에서 그를 경외하라!

by 까막새 Mar 13. 2025


베토벤 : 가장 뛰어난 작곡가가 혁신한 세상에서 그를 경외하라! 

브런치 글 이미지 1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꼭 읽어야 할 권장도서 중 하나가 위인전이다.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부터 요즘은 현직 대통령이 그림이 들어간 만화형태 위인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각 자의 분야의 성장과 쇠퇴에 따라 관심도가 변한다.

때로는 인간 쓰레기가 근엄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탈바꿈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며 위인전기의 색다른 묘미를 알게 된다.

바로 주변 사람들로 관심이 확대되고 전이된다는 점이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한때는 경쟁 상대였고 심지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그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악독한 음악가 살리에르라는 인물과 만나게 된다.


후세의 사람들이 책을 통해 만날 정도의 인물이라면 주변 인물에게 영향을 주고, 이는 동시대뿐 아니라 후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칼 마르크스가 있었기에 레닌이 등장했고, 트로츠키와 스탈린이 경쟁하였으며, 조지 오웰은 소설을 쓰게 된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사람과 사회의 관계성은 변곡점의 확대로 사회화되고, 역사의 변곡점으로 시대를 이끌어 간다.

마치 잉크가 번지는 모양을 하나의 현상으로 넋 놓고 보게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뽑히는 “베토벤”의 책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전기는 아니다.

역사의 위대한 작곡가가 이룬 거대한 업적과 관계된 주변 사람들 그리고 영감을 미친 사람들의 삶을 조망하고 사상과 예술의 발전이 확산되는 과정을 손바닥을 비비며 신나는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바로 책 한 권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음악가라는 직업의 곤궁함, 상황인식을 도피하려는 괴팍한 성향과 드센 고집쟁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말년에 이를수록 건강이 좋지 못하고 귀가 안 들리는 상황에서 재정 문제까지 발생하니 베토벤에게는 그야말로 쓴 맛 인생으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평생 그가 걸어왔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더욱 거친 행동이 드러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던 귀족들은 이를 용인하게 된다. 당연히 음악의 존중이지 인간적인 유대관계에 기인하지는 않지만 예술의 허용치를 꽤나 높게 잡았던 당시 상류층의 단면을 볼 수도 있다.

파산 직전까지 음악계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실상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제공한 - 로프포비츠의 사례만 봐도 건방진 평민의 투정을 음악에 대한 존중으로 덮을 정도의 아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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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소속이나 귀족의 가정교사 등의 생계수단이 보장된 이후라야 작곡에 전념할 수 있었던 시대상을 비추어보면 저작권이 강화되고 음악의 파생산업이 확대된 현재의 시장은 그만큼 경쟁도 거세지만 결실은 황홀하다 할 수 있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이 영국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나 베토벤을 빈에 붙잡아두려던 귀족들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며, 특히 하이든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상위 클래스에 속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음악은 소리 자체로 즐기고 감상하는 방식이 보편성을 가지지만, 완벽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지식을 쌓은 상태에서 음표 하나까지 따져가며 분석해보는 재미도 있다. 작곡 전공자 수준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다시 열공 모드로 바뀌어야 하지만, 수박 겉핥기 수준의 이론 토대만 쌓아도 음악을 듣는 귀가 트이고 선율이 흘러가는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고 한다. 듣기만 하고 실제 공부를 한 적은 없으니 그저 믿을 수 밖에)


여기에 시대적 사상가들과의 접목을 통해 음악을 단순하게 듣는 수준에서 벗어나 폭넓은 시대 정신의 다다르는 확장성까지 발을 들여놓으면 공부해야 할 수준도 까마득하게 높아지지만 성취감도 따라갈 듯하다.

즐기는 마음에서 시작한다면야 음악과 시대, 그리고 사상과 구조에 대해 기꺼이 공부할 자세가 되어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저명한 사상가인 헤겔과의 관계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는 없다. 서로에 대해 존재 인식을 했지 교류는 없었다. 특히 헤겔은 다른 작곡가들에게 대해 꽤나 긍정으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며 자신의 철학뿐 아니라 일상의 음악으로 연결점을 찾고 있으나, 자기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던 베토벤에 대해서는 유독 모른 척하고 있으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갸우뚱할 수밖에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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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철학 체계를 새롭게 각인시키던 헤겔의 주장처럼 베토벤 역시 단순히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머무른 수준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구조와 전개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혔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부분이었다.

특히 교향곡 3번 “영웅”이 그가 흠모해 마지 않던 나폴레옹에게 헌사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인 동시에 자신과 평행 우주 (또는 세계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지만) 속 영웅과 동일한 지위를 얻고자 하는 열망도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의식의 발로가 기존에 평범하고 정형화된 작곡의 범주를 벗어나 음표들을 해방시키는 선지자로 사명감을 갖게 되지는 않았을까 추정해볼 수 있다. (교향곡 3번 영웅은 결국 베토벤의 영원한 후원자 로프포비츠에게 헌정된다.)


이어지는 유토피아의 주제로 등장한 바그너는 바통을 이어받아 본인이 베토벤의 현현을 갈구했다는 여러가지 증거들은 영웅이 되고 픈 숭배자들의 성장과 업적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음악과 연극을 결합하여 “악극”이라는 종합예술 형태로 오페라의 영역을 확장하는 결과물은 베토벤이 고전주의를 마무리하고 낭만의 시대를 열어주었듯, 바그너는 현대 음악의 빗장을 열어준다.

철학에서는 새로운 사조가 등장하기 위해 기존의 이론들을 부정하여 변증법적 발전을 해야 하지만 음악은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확장하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 결과물은 더욱 더 놀랍니다. (다만 14시간짜리 니벨룽겐의 반지는 너무 반대중적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의 영역에서 벗어나 음악사의 위치와 변혁, 그리고 변하는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고 혁신을 가져온다는 지극히 산업주의의 창조성을 가져오면 베토벤이라는 작곡가가 세상을 변혁한 방식은 새롭고 지속적이며 긍정의 의미로 파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의 인물 분석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시대와 이어지는 후대, 그리고 현재까지 조망할 수 있는 트인 시각을 갖게 해줄 수 있다는 놀라운 인사이트가 베토벤이라는 음악가 한 명과 그에 대한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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