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IR, 인터뷰
봄결님은 상장사에서 비상장사로 이직 후, 국내 대기업 계열회사에서 대기업집단 공시와 이사회 운영 업무를 맡고 있었다. 봄결님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내내 본받고 싶었던 자세는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업무를 해 나아간다는 점이었다. 처해진 환경을 직시하고 마주한 한계를 부정하지 않으며 닥쳐오지 않은 미래를 섣부르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비상장사의 공시 업무를 간접적으로 엿봄과 동시에 봄결님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봄날의 따스한 바람처럼 가볍게 불어오지만 기분 좋은 여운을 길게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Interview Point
1. 상장사와 비상장사 업무의 차이
2. 비상장사의 공시, 이사회 업무를 할 때의 특징
3. 공시, 이사회 업무를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세
Q. 비상장사에서의 업무는 상장사에서의 업무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IR과 관련된 업무는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경영에 필요한 투자금 조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요. 기존에 상장사에서 IR과 공시를 함께 했던 것 대비 IR 업무를 하지 않게 된 것은 큰 변화였죠. 계열회사 중에 상장사가 있기도 한데, 이슈가 생기는 것 기준으로 업무량을 따지면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처리하게 되는 일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주총회 한번 여는 게 상장사보다는 훨씬 수월 하다 보니 임시주총을 정말 자주 하거든요. 임원 변동도 훨씬 잦고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이슈사항도 정말 많아요. 투자관련해서도 특정임원이 타회사 지분 취득을 원한다거나 30% 이상의 투자건이 생기게 되면 계열편입도 해야 하고 공정거래법 기반으로 공시해야 할 건들이 많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이슈사항들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해요.
+) 대규모기업집단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 제도를 규율하고 있음
: 동일인이 어떤 회사에 대해 지분율 요건(30% 이상 소유 & 최다 출자자인 경우) 또는 지배력 요건(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을 갖추면 해당 회사는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소속회사가 됨. [시행령 제4조 참조]
- 그중 규모가 큰 대규모 기업집단을 별도로 지정하여 관리함
- 자산규모에 따라 ‘상호 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 아래와 같은 규제를 받음
Q. 대부분 IR이랑 공시업무가 붙어 있는데, 공시만 하게 되면 어떤가요?
조직마다, 개인마다 다 다르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IR 업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공시와 이사회 운영 업무만 맡은 지금은, 이 분야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더 높아요.
IR 업무가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제 성향상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커지면 부담스럽더라고요. IR은 기본적으로 그리고 당연하게도 담당자가 주가를 통제할 수 없고, 주주들의 질문조차도 예상하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특히 조직 내에서 합의된 범위를 벗어난 질문이나 너무 먼 미래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는, 답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나 싶기도 하고, 즉각적으로 답변을 못한 질문이 있으면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서 종종 괴로웠던 것 같아요. 회사는 물론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100%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에서만 잘 해낼 수 있는 업무가 IR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공시업무는, 물론 즉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중요한 이슈사항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요. 관련 법규나 타사 사례를 통해 찾아보면서 회사의 이슈사항과 제가 가진 역량 사이의 갭을 어느 정도 메워가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답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는 지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들을 바탕으로 어떠한 업무를 하고 계신 건가요?
기존에 상장사에서 쓰는 법규에서 자본시장법이 빠지고 공정거래법이 추가되는 거라고 보면 돼요. 저는 자회사들까지도 다 관리하고 있는데,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내부거래들이 많거든요. 이사회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3건 있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이사회나 주주총회 공지하고 운영하고,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 부당 지원 이슈가 있는지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자회사와 관련된 합병이나 분할, 주식 교환 같은 이슈가 생길 경우에도 일정이나 방법, 의견 등을 정리하고 보고 드리죠.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보니 단축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어요. 주주 총회든 이사회든 원칙대로 다 증빙을 제출해야 해요. 이사회도 워낙 많은 데다 절차에 맞게 안건정리부터 공지, 보고 등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안건의 긴급도, 특정일에 몰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이슈들을 정리해서 일정을 짜는데 가장 큰 공을 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Q. 내용을 들어보면 내부에 계신 분들과 주로 소통하고 계신 것 같은데, 업무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힘든 경험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보람을 느낄 때는 아무래도 이 분야에 있어서 제가 담당자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인정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때인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하지만 회사 내 관련 이슈가 생겼을 때 본부장님들이 저의 의견을 물어보시거든요. 한동안은 모든 본부장님들이 저만 찾으시던 때도 있었어요. 하하. 주식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먼저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제가 되어야 하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힘들었던 때도 모두가 저만 찾았던 그 시기였어요. 저에게 질문하실 거라는 걸 아니까 매일 11시까지 야근해 가면서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애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Q. 항상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낄 만큼 공부하고 애쓴 시간들이 느껴져요. 공시분야의 업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팁이나 같은 팀원에게 강조하는 조언 같은 게 있으실까요?
우선 재무적인 베이스는 필수적이에요.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들 자체가 재무팀에서 제공한 자료를 받아서 2차로 검토하고 편집해서 양식에 맞게 바꾸고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무지식은 있어야 하고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경험한 실무절차나 관련 법규들을 따로 정리해 두는 파일이 있어요. 오답노트처럼 제가 헷갈렸던 부분, 외워야 하는 부분들을 따로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답변해야 할 때 금방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회사 경영의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제가 들어간 회의가 아니더라도 회의록을 다 확인해 보고 저희 업무 범위 내에서 이슈 될만한 내용들을 먼저 캐치해서 의견을 줘야 하거든요. 위에서 먼저 알아서 필요한 부분을 챙겨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공시업무가 성격상 재무랑 겹치는 영역은 많지만 챌린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저희가 실수를 한다거나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지만 잘했을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업무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은 꼭 찾아내고 먼저 의견을 내야 해요.
Q. 공시업무가 어찌 보면 외롭다는 생각도 드네요.
맞아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게는 공시 업무 자체가 기획, 법무, 재무, 총무와 같은 특정 팀에 소속이 되어 있잖아요. 공시업무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따지자면 회사에 많아 봐야 2명 정도거든요. 그래서 정말 잘해야 돼요. 단점이 외로운 거지만 장점도 그 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주식이나 관련 법규에 대해서 저만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거든요.
또 제대로 알아야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공시나 이사회 업무 자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의사결정한 결론만 전달받아서 서포트하는 업무,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하는 업무에만 그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꾸 강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슈가 생기면 그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서 먼저 챌린지 해야 한다.‘ 라구요.
Q. 앞으로 회사에서의 비전이나 커리어 계획 같은 거 있으세요?
음… 쉽게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데, 요즘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기도 하거든요. IR을 하면 모르겠지만 공시업무만 가지고 본다면 조직 내에서 정해져 있는 천장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여기서 만족하고 쭉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있고, IR이 저의 성향과 맞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타협해서 IR과 공시를 해야 하는 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Q. 한계는 보이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시는군요.
그럼요. 제 회사도 아니고 평생 있을 수도 없죠. 변화는 그냥 정말 상황에 맞춰서 그때그때 바꿔가면서 적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는 것도 없더라고요. 계획대로 되는 건 주총 일정뿐이죠.
Q. 하하. ‘계획대로 되는 건 주총일정뿐’이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네요. 혹시 상장사와 비상장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를 먼저 경험하시길 추천하세요?
저는 상장사를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제 경험에 비추어 설명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제 경우에는 분명 도움이 됐어요. 왜냐하면 비상장사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상장사가 하는 것처럼 준용하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주총 소집통지 할 때,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임원선임시 후보자들에 대한 약력을 적지 않아도 돼요. 근데 상장사에서는 그걸 당연하게 써왔으니까 처음에는 그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비상장사여도 주주들이 몇 백 명은 되는데, 주주들도 누가 후보자로 올라왔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만약 처음부터 비상장사에서 근무했었다면 그런 생각 자체를 아예 못했을 것 같은데, 이제 저는 상장사에 준용할만한 기준선을 알고 있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주주총회 소집 공고
: 제542조의 4 제2항과 상법 시행령 제31조 제5항은 주주총회 소집공고 등과 관련하여 "상장회사가 이사ㆍ감사의 선임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총회를 소집통지 또는 공고하는 경우에는 이사ㆍ감사 후보자의 성명, 약력, 추천인, 후보자와 최대주주와의 관계, 후보자와 해당 회사와의 최근 3년간의 거래 내역을 통지하거나 공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 비상장회사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어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개별적으로 특정할 의무가 없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저는 항상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고 나니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연차가 되었다는 생각에 슬퍼져요.
사실 요즘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어려워요. 지금 시대의 특성인지 저희 조직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저도 조직생활 하면서 누구에게 조언을 들어본 적도 많이 없고, 회사에서 괜히 무슨 얘기했다가 꼰대라는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안 하게 돼요.
그나저나 오늘도 그렇고 요즘 날씨 너무 좋지 않아요? 햇살 쬐면서 비타민D 많이 만들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