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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Jun 28. 2024

休: 노을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린 소년

: 앞으로도 하늘을 바라보는 일상을 즐겼으면

심미아, 『집에 가는 길』(느림보, 2007)        




연필로 쓱쓱 그려진 아이들이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를 했다. 내일 다시 놀기로 약속하고서야 아이들은 헤어졌다. 아이들이 놀던 학교 운동장과 학교 앞의 풍경이 정겹다.     



나도 골목길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학교가 끝나면 노는 것이 당연했고, 다음을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제 놀았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놀았다. 그것이 일상이었다. 



‘밥 먹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울 때까지 아이들은 모두 함께 정신없이 놀았다. 그 목소리가 겹겹이 쌓이면, 아이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집으로 갔다. 친구들과 놀면서 흘린 땀을 바람이 개운하게 말려주었다. 아이는 발끝으로 서서 그 고마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는 나무도 보고, 날아가는 새도 보았다. 어느새 붉은 노을이 하늘도, 교회 지붕도, 아파트 담고 붉게 물들여놓았다. 아이는 그 붉은 노을의 아름다움에 발길을 멈추었다.     



그 노을이 오늘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새로움에 아이는 발길을 멈추고 그냥 섰다.



붉은 노을 너머 어둠이 쫓아왔다. 아이는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갔다. 아이가 떠난 그 자리에 어둠만이 남아 있다. 아이는 벌써 자신을 따뜻하게 반기는 푸근한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의 여유와 노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아이의 감성이 집으로 가는 아이의 길을 외롭지 않게 했던 것 같다.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하교 후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가던 길에 아름다운 노을을 보게 된 아이의 서사는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를 따라다닌 시선의 끝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들과 헤어져 간 그 집은 아이가 충분히 쉴 수 있고, 위안받을 수 있는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 학교 운동장이 일상이 된 요즘에 친구들과 땀이 흠뻑 나도록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해지고, 노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대견하다. 동시에 빠른 삶의 속도로 주변의 것들을 놓치면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오늘은 멈춰 서서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자신을 다독여주는 듯한 바람의 손길을 한 번 느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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