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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Oct 11. 2019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의 차이

내성적이지만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 #2

“저질 체력”


연애할 때 아내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아내는 내게 종종 물었다.


“자기는 체력이 왜 그리 약해?”


겉은 튼실해 보이는 데 속은 부실하다고 놀렸다. 아닌 게 아니라, 아내(당시에는 여자 친구)와 쇼핑몰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면 나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녹다운됐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작동 불능 상태가 되어 무조건 앉아서 쉬어야 했다. 쉬지 않고 계속 쇼핑을 했다가는 초주검이 된다. 그러니 나를 놀릴 수밖에.


원래 남자들이 쇼핑을 즐기지 않긴 하다.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기보다 목적 없는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게 맞다. 혼자 아이쇼핑을 즐기는 남성도 있지만, 남자들은 목적 지향적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는 아이쇼핑은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남자에게 그건 시간 낭비다. 곧장 목표 매장에 가서 목표물을 타격한다. 종특이 그러니 목적 없는 아이쇼핑은 재미도 없고, 지칠 수밖에.


남자가 그렇다 해도 나는 확실히 유별나긴 하다. 지쳐도 너무 빨리 지친다. 그래서 아내의 장난이 부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내의 농담에 딱히 하루말이 없어서 몸에 근육이 많아 그런 거라고 응수하곤 했다. 근육량이 많아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금세 지치는 거라고 말이다. 농담 삼아 한 말이지만, 궁금하긴 했다. 정말 근육량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유별난 건지.


십수 년간 홈트를 해오던 터라 농담이 아니라 사실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결혼을 하고 나서 인바디 체크를 해보았다. 내 예상이 맞다면 아내에게 하던 농담은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될 테니까. 그럼 나의 저질 체력에 면죄부를 줄 수 있겠지.

인바디 결과는? 예측한 대로였다. 당시 몸무게는 70.3kg, 체지방 3.8, 근육량 63.4. 근육량으로 골격근량을 계산하면 36.1이다. 내 키와 몸무게로 평균 골격근량을 계산하면 32.4이다. 내 골격근량은 평균 골격근량을 웃돌았다. 신체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무려 6살이나 적었다. 골격근량은 평균보다 많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체지방은 너무 적어서 늘려야 할 상황. 이 데이터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나는 체력이 약한 게 아니라 지방이 적어서 태울 에너지가 부족하고, 근육량이 많아서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 저질 체력의 원인은 체형에 있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중에야 감을 잡았지만, 체형 말고도 다른 원인이 있었다. 바로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다.




내향인은 외부 영향을 쉽게 받는다. 외부 환경에 의해 쉽게 피로를 느낀다. 가령 사람을 만나면 금세 지친다. 편한 사람을 만나면 피로감이 덜하지만, 친하지 않거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단 몇 분만 대화를 나눠도 눈이 퀭해지고, 다크서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온다.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만남이 아니면 누굴 만나지 않는다. 내향인은 저질 체력일 수밖에 없다. 내향인이 독특한 걸까?


심리학자 융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내향성은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는 심리기제이고, 외향성은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는 심리기제라고 말이다. 즉 내향인은 에너지를 자신 안에서 얻는다. 사람에게 에너지를 빼앗긴다. 외향인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얻는다.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를 만날 때 힘이 빠지고 지치면 내향인이고, 생기와 활력이 생기면 외향인이다.


내향인은 타인의 호감을 얻는데 관심이 없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내면세계에만 집중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외부 의견에 휘둘리기보다 자기 판단과 결정에 따른다. 또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지만, 가까운 사람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시간을 할애한다.

반면 외향인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걸 좋아한다. 사교성이 탁월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는다. 또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와 다른 사람의 평가를 고려하여 결정한다.

사람들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비교하여, 내향성을 열등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때론 수줍어하고 소극적이기도 한 내향인의 모습을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어딘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단정 짓는다.

그렇지 않다. 내향인과 외향인, 각각이 내보이는 행동과 모습은 기질에 따른 고유 패턴일 뿐이다. 한쪽은 우월하고 다른 쪽은 열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둘의 서로 다른 모습은 비교하여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그저 존중해 주어야 할 고유 특성일 따름이다.




나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는 걸 꺼린다.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가 있냐고? 그건 아니다. 비록 내성적이긴 하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 그저 피곤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이 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피로를 느낀다. 사람들과 부딪히지도 않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 데도 진이 빠진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쇼핑을 할 때 한 시간 만에 체력이 바닥났던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그버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에너지를 빼앗기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빨리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자기도 내성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내는 굉장히 활달하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무척 활력이 돋는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얼굴이 환해지고, 급류에서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힘찬 연어처럼 생기 넘쳐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인 제약으로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는 없다. 그래서 아내는 사람들과 계속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매일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문자한다.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도 내성적이라니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어느 누가 나를 봐도 내향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아내는 누가 보든 외향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내향인과 외향인, 각각이 내보이는 행동과 모습은 기질에 따른 고유 패턴일 뿐이다. 한쪽은 우월하고 다른 쪽은 열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둘의 서로 다른 모습은 비교하여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그저 존중해 주어야 할 고유 특성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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