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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29. 2024

자식은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맞나요?

요 몇 주 동안 아들 녀석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몰라요. 도무지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자식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당연한 거니(?) 그러려니 하겠는데요. 짜증을 얼마나 내던지, 고작 6살밖에 안 된 녀석이 사춘기가 온 줄 알았어요. 사춘기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벌써 왔나 싶을 만큼 사춘기 아이처럼 굴더라고요. '미운 여섯 살'이라더니 정말 미워지려고까지 했어요. 한편으로는 저도 6살 때 저랬을까 싶더라고요.


자식을 낳아야 철이 들고,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던가요. 아들을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부모님께 저는 6살 때 어땠냐고 여쭤보려다가 말았어요. 너무 한참 지난 일이라 생각나지 않으실 테니까요. 혹시나 생각이 나더라도 좋은 것만 기억하시고, 얘기해 주실 것 같았어요. 저는 자식이니까요.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하잖아요.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래도 자식이라 그런지 측은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자기도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어요. 짜증을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닐 테니까요. 아직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나이라서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거니까요. 이런 게 부모 마음이구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얌전하고 바르게 말을 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겨우 6살밖에 안 된 녀석에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것도 부모 마음이겠죠.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사춘기가 되면 얼마나 힘들까. 말썽이라도 부리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쓸데없는 기우죠. 미리부터 걱정을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저희 아들은 엄청나게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하거든요. 왜, 그런 아이들이 있잖아요. 에너지가 평균을 뛰어넘는 아이들이요. 게다가 6살치고 커서 힘이 세요.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니 나중에 더 커지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잘 조절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알아서 잘하겠지만요. 아니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줘죠.


그래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잘 길러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잖아요. 자식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죠. 지금이야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가르치지만, 사춘기가 되면 그때부터는 가르치는 게 잘 안 통하겠죠. 지금도 그렇게 대해야 하지만 그때가 되면 더욱 인격체로 대하고, 존중해 줘야겠죠. 말썽 부려서 화가 나도 더 참고요. 잘 자라 줄지...




세상에는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참 많아요. 제 인생도 그런데 하물며 자식이야 오죽할까요.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라던데... 저는 아직 아프긴 하지만, 감당해야죠. 그럴 줄 알고 낳은 거니까요. 그래도 자식이 주는 감동과 기쁨이 있으니까요.


다행히 지난주부터는 말을 잘 듣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짜증내면 아빠랑 엄마 마음이 어떻겠냐고, 속상하지 않겠냐고 계속 감정적인 부분을 알려주니 말을 알아듣더라고요. 이게 자식을 기르는 묘미 아닐까요? 커갈수록 대화가 되는 거 말이죠.


어린 녀석이지만 때로는 어른스럽게 말할 때가 있어요. 말투나 생각이 말이죠. 그럴 때는 아들이 새롭게 보여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되고, 설레요. 다 큰 이 녀석과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얼마나 든든할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자식을 낳는 거겠죠? 인생의 또 다른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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