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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Feb 12. 2019

일 못 하는 상사 밑에서 살아남는 법

인사고과는 왜 상사만 하나, 부하 직원들도 해야지

회사에는 ‘인사고과’라는 게 있다. 조직 구성원의 업무 능력, 근무 태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는 개인의 부서 배치, 승진, 봉급 인상 등을 위한 자료가 된다. 인사고과는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방식에 불만이 있다. 교수만 학생들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도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듯이, 부하 직원들도 상사의 리더십과 업무 지시 능력 등을 평가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도 인사고과에 반영해야 한다. 일 못 하는 상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근무 태도가 좋지 않고, 일을 못 하는 직원이 아랫사람들 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상사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 지인 회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로 사장 친구가 임원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말이 임원이지, 일을 하나도 안 한다고. 아니, 업무 관련해서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단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근무 시간에 마냥 논단다. 그러면서 월급은 많이 받아간다고. 업무에 대해 잘 모르면 배우거나 조용히 있기라도 하지. 직원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엄청 참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인사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그저 직원들 업무에 딴죽걸기뿐. 그런 사람을 도대체 왜 임원을 시킨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일 못 하는 상사들의 특징이 있다. 그중 몇 가지만 꼽아 본다.





1. 업무 지시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다.
2. 업무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3. 사내 정치에만 관심이 있다.
4. 업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긴다.
5. 부하 직원은 챙기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신경 쓴다.

이런 상사를 바로 윗사람으로 두면 정말 피곤하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면 나의 공은 그의 공이 되고, 그의 실수는 나의 실수가 된다.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칭찬은커녕 당연한 게 된다. 일을 못 하면 완전히 무능한 직원이 된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사다. 일 잘하는 상사 밑에서 일하면 내가 잘 따르기만 하면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 회사 다니며 (임금 인상 외에) 이보다 큰 소득은 없다. 늘어난 실력은 승진이나 이직의 바탕이 되니까. 하지만 일 못 하는 상사 밑에서 일하면, 성장? 그런 건 없다. 실력은 별로 안 늘고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일 못 하는 상사를 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직장에서는 피할 곳이 없다. 그냥 “네. 네” 하면서 일해야 할까? 아니면 “아, 저X 안 잘리나” 이를 갈면서 일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다.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거나 유능한 직원이 돼야 한다. 상사가 어떻든지 일을 못 하면 안 된다. 최소한 월급 받은 만큼은 일해야 한다. 그건 피고용자의 기본 의무이자 책임이다. 대신 일 못 하는 상사 밑에서는 그저 해야 할 만큼만 일하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일하면 된다. 그럼 일단 안 좋은 평가는 피할 수 있다. 그게 중요하다.

할 수만 있으면 아주 유능한 직원이 되면 좋다.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을 잘하면 상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엄한 트집을 잡을 수 없고, 공을 가로챌 수도 없다. 상사의 상사도 나의 존재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일을 잘하기는 웬만해선 힘들다. 그런 사람은 손에 꼽는다. 설령 내가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다면 진작 다른 회사에 갔겠지. 어쨌든 일을 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나도 지금 상사 밑에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내 상사는 1번의 특징을 보이는 동시에 4번의 특징을 약간 지녔다. 이 일 시켰다가 저 일 시켰다가, 수시로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는 통에 어떤 일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었다. 일을 마무리 못 한 게 내 잘못이 아님에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떠넘겼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일이 있다.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업무를 지시한 자신이 지겠다고 수차례 말을 해놓고, 정작 책임을 따져야 할 상황에서는 나에게 책임을 물었다. 일 못 하는 상사가 아니라 나쁜 상사라고 할 수 있다.

상사가 어쨌든 당장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꾹 참고 버티는 중이다. 처음에는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통쾌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꼭 필요한 직원이 되었을 때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계획이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 못 하는 상사에게서 벗어나야 내가 살 수 있으니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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