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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29. 2019

직장인이 퇴사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

요즘 ‘퇴사’라는 키워드가 유행인 듯 하다. 인터넷 여기저기서 퇴사에 관한 글이 눈에 띄게 올라온다. 퇴사와 관련된 실용서와 에세이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검색량을 조회해 보았다. ’카카오 키워드 광고’에서 ‘퇴사’라는 키워드의 검색량을 조회한 결과 지난달에 PC로는 2,133건, 모바일로는 1,420건이나 조회되었다. ‘네이버 광고’에서도 지난달 검색량을 확인해 보니 PC가 4,310건, 모바일이 11,500건이나 조회되었다. ‘네이버 광고’의 경우 최근 1년간 ‘퇴사’라는 키워드의 평균 검색량은 PC가 8,800건, 모바일이 12,000건인 걸 보면 퇴사에 대한 관심이 근래 들어 급증한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퇴사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퇴사 충동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다. ‘이 회사 아니면 내가 일할 데가 없을까!’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회사 때려치우고 당분간 쉬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게 된다. 그만큼 직장생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치여 번아웃되거나 심하면 사람에 치여 공황장애를 겪기까지 하니 회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그렇다고 퇴사 충동을 겪을 때마다 퇴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먹고 살아야 하므로 출퇴근으로 몸이 지치고, 업무 스트레스로 지쳐도 꾸역꾸역 다니게 된다. 몸과 마음이 부서질 때까지 버티고 버틴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퇴사를 고민한 가장 큰 이유로 ‘연봉’이 꼽혔다. 역시 연봉은 직장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지난 글 - 연봉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렇다면 퇴사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 아니다. 예상과 달리 연봉은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1위는? ‘상사,대표’가 꼽혔다. ‘조직 분위기’가 그 뒤를 이었다. 연봉 때문에 퇴사 고민을 하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퇴사 결정, 직장생활의 어려움은 돈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사를 고민한다고 해서 모두가 퇴사하지는 않는다. 위 설문조사에서 25%만이 실제로 퇴사했다고 응답했다. 4명 중 1명만 실제로 퇴사를 한 것이다. 나머지 응답자 중 29%는 직장근무를 이어나간다고 응답했고, 46%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직장근무를 이어나가는 29%에게 이 이유를 물었는데, 43%가 ‘경력을 쌓아야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직실패’(13%), ‘월급이 필요해서’(7%), ‘동료,직원들’(7%), ‘직장상사’(3%)가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당장 퇴사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퇴사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퇴사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이직의 어려움, 생활고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또다시 발목을 잡는다. 퇴사는 퇴사 충동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이상 계속 다닐 수도 없다. 퇴사 고민이 한 번 시작되면 마음을 잡기 쉽지 않다. 그 마음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퇴사 충동이 업무 과중으로 일어났다면 그나마 낫다. 상사에게 말해서 업무량을 조절하거나 자신의 업무 역량을 길러서 모두 소화하면 되니까. 물론 상사에게 업무량을 조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나 업무 역량을 기르기는 쉽지 않다. 일단 업무 역량을 기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역량이 길러질 때까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그리고 상사에게 말하는 것은 회사 분위기나 상사와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근무 연수, 평소 업무 성과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둘 다 퇴사 충동을 진화하기에는 부족한 해결책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해결책도 아니다.


퇴사 충동이 사람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답을 찾기 정말 어렵다. 그 사람이 상사든 동료든 상관없이 말이다. 상사가 퇴사 충동의 원인이라면, 나한테 왜 그러시냐고 소리칠 수도 없다. 상사 비위를 맞추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그렇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멘탈이 강해야 한다. 그렇게 할 정도로 멘탈이 강하다면 애초에 퇴사 충동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출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치질 한다고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더 눈 밖에 나서 이전보다 훨씬 힘들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상사가 문제의 원인일 경우 업무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면 그나마 낫다. 업무 보고나 회의 혹은 찾을 때만 보면 되니까. 상사가 시시때때로 갑질을 하고, 온갖 폭언과 인격 모독을 하면 견디기 쉽지 않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동료가 원인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출근해서부터 퇴사할 때까지 한 공간에서 일해야 하고, 계속 얼굴을 봐야 하니 숨이 턱 막힌다. 싫은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만큼 곤욕스러운 일은 없다.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 내 일에 집중하면 눈은 막을 수 있지만, 귀는 막을 수 없다. 들리는 목소리를 차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얘기 좀 합시다”라고 따로 불러내도 소용이 없다. 나부터 대화할 의지와 이유가 없고, 반대쪽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대화할 일이 없다.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는 대개 이익에 따라 맺어진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관계를 이어나가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관계를 끊는다. 고등학교 때 맺어진 인간관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회사에서 맺어진 관계는 서로 퇴사하면 끝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굳이 깊은 관계를 맺지도 않고, 관계가 잘못되면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불편한 상태로 지낸다. 문제를 해결하기 귀찮고, 서로 모른 척 지내는 게 편하니까. 물론 모든 직장인이 그렇게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고, 동료와 관계가 틀어지면 관계를 바로잡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러니 동료로 인해 퇴사 충동을 느끼면 마음이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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