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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21. 2019

다니면 안 되는 회사 거르는 법

다니면 안 되는 회사가 있다. 무조건 걸러야 하는 회사가 있다. 그런 회사가 없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회사가 다니면 안 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다니지 말아야 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회사가 상당히 많다. 내가 다녔던 회사도 그중 하나다.


그 회사는 본부장의 갑질과 직장 내 왕따로 내 생애 가장 최악의 회사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자신이 굉장히 인격적이고, 이성적인 줄 착각한다. 하기야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니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고 통보하는 사람이다.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법이 정한 해고수당을 챙겨 준다. 연차 수당도 정산해주고, 실업급여도 받게 해주고. 법이 정한 바는 성실히 지킨다. 그건 깔끔해서 좋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걸 깔끔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어제까지 출근한 직원이 오늘은 출근하지 않고 대뜸 “저 오늘부터 회사 안 갈게요”라고 회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둘 다 정말 최악이다. 권고사직이든 자발적 사직이든 좋지 않은 방식이다. 그 본부장은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으니 인격이 정말 엉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인가? 퇴사시키기로 마음먹은 직원에게는 퇴사 통보하는 그날 말 한마디 걸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왕따를 시켜 버린다. 이성적이지도 않고, 인격은 바닥이다.


또한 자신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업무 관련 결정을 내릴 때 이 직원 저 직원, 온 직원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할지, 어떤 게 좋을지 말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직원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것처럼 보인다. 신중한 것도 같다. 하지만 사실 결정장애가 있어서 그렇다. 자신이 결정을 못 하니, 확신이 안 서니 온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그렇게 해서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 되니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의견을 구한 직원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특히 담당자에게 말이다. 직원이야 물어보니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그걸로 직원에게 책임을 물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말 질 나쁜 상사다. 최악인 게 이뿐만이 아니지만, 아무튼 회사 분위기, 근무 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걸러야 하는 회사가 분명하다.




좋은 사람들, 좋은 회사만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악질 고용주, 상사가 많고, - 악질 직원도 많지만 - 그에 따른 악질 회사도 많다. 악질 회사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그런 회사를 피하려면 어떤 회사가 악질인지, 어떤 회사에 다니면 안 되는지 판별해야 한다. 다니면 안 되는 회사를 거르는 법을 알아보자.



1. 남초/여초 회사
2. 대표가 갑질하는 회사
3. 월급 밀리는 회사
4. 퇴사율이 높은 회사
5. 연봉이 월급x13인 회사
6. 가족 회사
7. 작은 회사



이외에도 여러 가지 판별법이 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부분 걸러진다.



1. 남초/여초 회사


남초, 여초란 직장 내 남녀 비율이 어느 한쪽으로 높은 현상을 말한다. 남자가 다수이거나 여자가 다수이거나. 이런 양극단 회사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남초 회사의 경우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내 분위기가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 입사한다면 남자의 경우 상명하복 구조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여자의 경우 성격이 남성화되거나 성희롱을 (남녀 비율이 균등한 회사보다) 더 많이 당할 수 있다. 여초 회사의 경우 남자든 여자든 자칫하다가는 왕따당한다. 끊임없는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대표가 갑질하는 회사


말이 필요 없다. 대표가 기라면 기고, 짖으라 하면 짖어야 한다. 대표의 기분과 경영 마인드에 따라 회사 분위기와 근무 환경이 마구 달라진다.


3. 월급 밀리는 회사


한 달만 밀리면 그나마 낫다. 두 달째 밀리면 불안하다. 석 달째 밀리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그런 회사에서는 밀린 월급 받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퇴직금마저 못 받을 수 있다. 한 달 밀린 후 두 달째 밀릴 조짐이 보이면 나오는 게 좋다.


4. 퇴사율이 높은 회사


2번과 같이 말이 필요 없다. 이런 회사에 입사하면 나도 곧 퇴사하게 된다. 업무 체계가 없거나 급여가 낮거나 대표와 상사의 성격이 엉망이거나 등등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퇴사율이 높은 회사인지 어떻게 아냐고? 구인구직 사이트를 눈여겨보라. 구인 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회사는 어떤 말로 회사를 치장하든 십중팔구 퇴사율이 높은 회사이다.


5. 연봉이 월급x13인 회사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에 글(지난 글 - 연봉에 퇴직금 포함이라고?)을 썼다. 이런 회사는 면접 볼 때 확실히 확인하고, 안 들어가는 게 좋다. 돈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는 앞뒤 볼 거 없다. 사람에게도 장난친다.


6. 가족 회사


이점에 관해서도 글(지난 글 - 믿고 거르는 가족회사)을 썼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7. 작은 회사


임직원이 몇 명인 회사를 작은 회사로 봐야 할까?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여기서는 5인 기준으로 본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작은 회사라고 하자. 5인 미만 회사에서는 5인 이상의 회사와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작은 회사가 다 나쁜 건 아니다. 작은 회사 중에 정말 가족같이 화기애애하며, 연봉도 괜찮고, 근무 환경도 좋은 회사가 많다. 하지만 5인 미만의 회사는 그만의 독특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다니면 안 되는 회사를 걸러내고, 다닐 만한 회사만 다니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것 중에서는 4, 5, 7을 제외하고는 입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다니면 안 되는 회사인지 입사 전에 알고, 아예 다니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으니, 입사 후에 다니면 안 되는 회사인지 판단이 서면 정신 건강을 해치기 전에 얼른 나오는 게 좋다.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거나 경력 쌓기 등 견딜 수밖에 없거나 견뎌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면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빨리 탈출하고 더 나은 회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 회사에 계속 다니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전에 다니던 회사의 본부장은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내가 봤을 때 불가능할 것 같다. 갑질에 분노조절 장애, 애정 결핍, 리더십 부재, 결정 장애 등 회사 성장을 방해하는 온갖 불안 요소를 다 가지고 있어서 좋은 회사가 되기에는 글렀다. 매출이 높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있겠지만, 근무 여건으로 말한다면 좋은 회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회사는 내가 입사했을 때는 다니기 좋은 회사였지만, 퇴사 시점에서는 절대 다니면 안 되는 회사가 되어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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