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최애인 사람 모여봐요

#토요일

by 지영

이 세상에 토요일에 내리는 비만큼 가혹한 것은 없습니다.


토요일엔 네 발로 걷는 복실 엉덩이가 2배라 정신이 혼미합니다. 콧속 점액질에 농도 2배의 풀 냄새가 닿아 숨쉬기가 의식됩니다. 기분이 2배로 좋습니다.


눈이 떠질 때 일어난 나는 하루 만에 아픈 곳이 온데간데 사라진 것에 신기해합니다. 이틀짜리 튼튼이입니다. 토요일엔 이상하게 찌개보다 브렁-치 같은 것이 땡깁니다. 바로 어제는 소주가 땡겼는데 말이죠.


마음이 부산스럽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 오후 2시인데 토요일이 하루 종일 아깝습니다.


길거리, 식당, 카페, 공원엔 사람이 많습니다. 하나같이 월요일엔 초면인 표정들입니다. 옆자리 넘어온 웃음소리가 한 번씩 안쓰럽습니다. 안쓰러운 나도 따라 웃어봅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다들 결혼을 합니다. 비혼과 저출산이 문제라는데 그 말 한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모양입니다. 넘겨도 넘겨도 다 흰색 드레스에 검은색 턱시도라 다들 비슷한 모양새로 행복하길 빌어줍니다. 처음 흰색 드레스와 검은색 턱시도를 입었던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나 봅니다.


토요일엔 해 지는 것도 예쁩니다.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어 예쁩니다. 해 지는 것을 보기 위해 해 지는 곳에 갈 수 있어 예쁩니다. 이것은 오늘따라 볼에 난 여드름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볼에 난 여드름도 오늘은 예쁩니다.


이불이 따뜻합니다. ‘잘자’ 라는 말이 가식적으로 들리지 않아 사랑만 가득한 밤이에요. 오늘의 사랑은 내일에 진 빚일텐데.


앙상한 일요일이 눈뜨자마자 위태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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