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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간 Sieben Stunden

같은 시간

by 언젠가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하늘, 같은 공간 속에서

만남을 시작하려 합니다.


시작도 불현듯 시작했듯이 끝도 알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우연의 연속인 것 같지만 어쩌면 많은 것이 필연이고 예비된 것 같습니다.

중년이 나이입니다. 사랑을 하기에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입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이 해체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한 번의 경험을 통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는 것.

인생이 던져 주었던 수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기어이 찾아낸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알아봤고 이 행운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실제로 만나서 확인해 보니 우린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알았던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이 같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기대보다 많은 부분의 어려움도 예상되네요.

그래도 이제 우리 사이의 시차는 0 시간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실감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았던 서로의 삶의 무게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풀어나가 보면 됩니다.

그도 나도 훌륭한 존재들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아쉽지 않을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품위를 손상시키는 사람들에게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고 자존감을 훼손시키는 사람들과 싸워와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과정 속에서 자녀들을 보호하고 훌륭하게 키워낸 사람들입니다.

서로를 찾아내고 알아가고 이렇게 만나게 된 게 어쩌면 그동안, 각자 열심히 살아낸 보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습니다.


이제 같은 시간대에서 서로 손을 놓지 않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모든 연애가 그러하듯 우리의 연애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겠지요. 특별하지만 보편적인 연애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이제 사람이 주는 행복과 사람이 주는 불행을 다시 한번 경험해 보려 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람의 소중함과 인연이 무거움도 압니다.

실제로 만나 교류를 하다 보니 글로 전화로 영상으로 만나 더 때와는 다르더군요. 현실은 상상과는 다르게 더 좋기도 하고 더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제 같은 시간 안에서 좋은 시간도 실망스러운 시간도 함께 쌓아갑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찌 될까? 우리 관계의 결론은 무엇일까? 적지 않은 나이에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남은 시간들. 그 시간들을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처음이 아니기에 이러한 의문과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만이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같은 시간 안에서 함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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