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뉴어리 Day 23. 폭신폭신 배를 불리는
메밀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메밀차와 메밀전병, 막국수와 메밀묵을 먹어봤으니까. 심지어 메밀로 베개까지 삼지 않던가.
그런데 구수한 메밀차 말고 다른 메밀 음식은 딱히 메밀 맛을 느끼지 못하고 즐겼던 것 같다. 메밀 전병은 기름진 맛에 먹었고, 막국수는 매콤한 양념이 좋아서, 메밀묵은 양념간장 맛에 먹었다.
그러다가 폴란드에 살면서 메밀 생김새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폴란드 식당에서 단백질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탄수화물 음식으로 세 가지가 있다. 감자, 쌀밥, 메밀. 그중 둥그스름한 삼각뿔 모양의 곡물 요리가 메밀이다. 독특한 생김새가 재밌었고 그 밋밋한 맛에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게 신기했다.
메밀밥은 색깔이 거무튀튀하고 질감은 까슬까슬하다. 메밀차처럼 구수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 향이 메밀차보다 묵직하면서 촉촉하다. 이런 메밀의 거칠고 밋밋한 맛은 짜고 기름진 폴란드식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메밀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곡물로 꼽힌다. 게다가 섬유질이 풍부해 적절한 포만감을 주면서 소화도 잘 된다. 이런 장점은 메밀가루로 만든 팬케이크를 먹을 때도 드러난다. 메밀 팬케이크는 많이 먹지 않아도 기분 좋게 배가 부르고, 혹시 너무 맛있어서 좀 많이 먹더라도 속이 편안하다. 베이킹소다로 부풀려져 폭신폭신 씹는 맛도 좋다.
메밀 팬케이크
100% 메밀가루 1컵*
베이킹소다 1/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물/식물성 우유 1컵
식초 1큰술
조청(물엿/시럽) 1큰술
(선택) 계핏가루 1작은술
*빵 느낌을 더 살리고 싶다면 밀가루와 섞어도 좋다.
** 베이킹소다는 베이킹파우더 1큰술로 대체 가능.
1. 모든 가루 재료를 섞은 다음, 물/식초/조청을 넣어 재료가 잘 섞일 만큼만 젓는다. 굽기 전에 10분 이상 그대로 둔다.
2. 중간 불에서 팬을 데운 다음 식용유를 두른다. 식용유가 달궈지면 불을 조금 줄이고, 반죽 한 주걱을 떠서 팬에 올린다. 지름 약 10~15cm로 둥글게 모양을 잡아준다. 반죽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뒤집고 원하는 색깔이 나오도록 굽는다.
3. 남은 반죽도 모두 구워서 조청/시럽/꿀/과일/두부 스크램블 등과 곁들여 먹는다.
* 남은 팬케이크는 샌드위치 만들 때 빵 대신 쓰면 좋다.
폴란드식 메밀밥과 메밀 요리 참고 글 (단백질 듬뿍 채식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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