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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29. 2022

타이 그린 커리

28. 두부 없어도 괜찮아

또 욕심부렸다.

태국식 카레를 만들기로 했는데, 채소를 바라보고 그 맛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다 넣고 싶어 진다. 냄비 한가득 채소를 삶았다. 두 사람이 네 끼는 족히 먹을 양. 뚜껑을 겨우 닫을 정도로 냄비가 차올랐다.


어쩌지? 두부 넣을 자리도 없네?

한두 끼쯤 두부 안 먹어도 괜찮아.


그렇다. 단백질로 대표되는 고기, 생선, 달걀, 두부가 식단에서 빠져도 이제 아무렇지 않다. 끼니마다 이런 식품을 꼭 쓰려는 습관은 평생 있었다. 지금도 콩 단백질 요리를 고려한다. 하지만 영양보다는 맛과 요리하는 재미에 방점이 있다.

고기 안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 고기와 생선, 달걀, 우유, 콩에만 단백질과 칼슘이 든 줄 알던 그때. 왜 그랬을까?  


‘고기에는 단백질’이, ‘우유에는 칼슘’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등식에 갇혀 채소와 곡물, 콩과 씨앗, 견과류 같은 식물성 식품에도 단백질과 칼슘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고기나 생선, 알, 우유에서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영양 과잉 시대의 미신이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47쪽.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몬드를 먹으며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아몬드 반 컵에는 단백질 15g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는 키 170cm, 몸무게 60kg 기준으로 하루 단백질 권장섭취량의 30%를 충족하는 양이다. 겨우 한 주먹 정도의 아몬드에 단백질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계산기를 놓고 조금 더 그럴듯하게 살펴보자.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단백질 ‘평균필요량’은 키 대비 정상 체중 기준으로 체중 1kg당 0.66g이고, ‘권장섭취량’은 0.83g이다. 예를 들어 170cm에 60kg인 사람의 단백질 평균필요량은 39.6g, 권장섭취량은 49.8g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의철 베지닥터 사무국장은 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잉섭취 우려가 있는 권장섭취량보다 평균필요량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45쪽.


채식하기 전, 나는 채식인 친구를 보면서 단백질과 칼슘 부족으로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었다. 채식을 시작한 뒤에도 걱정은 여전했다. 그래서 하루는 책을 펴고 인터넷에서 영양 성분을 찾아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따져보니 평소 우리 집 식단으로도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땅콩버터를 바른 통밀 식빵 두 조각에 두유 한 잔을 마시고, 점심으로는 간단하게 요리한 스파게티나 콩과 브로콜리를 넣은 카레를 먹은 다음, 견과류나 씨앗, 구운 감자를 간식으로 하고, 저녁에는 현미밥에 시금치나물과 두부 된장국을 먹었다면 하루 단백질 권장량을 충분히 섭취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권장섭취량으로 단백질 과잉이 걱정되면, 평균필요량만 충족시키면 된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47쪽.

 

집에서 완전 채식을 시작한 지 7년째다. 그 경험으로 이제 안다. 채식해서 기운 빠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콩과 두부를 먹지 않았다고 허기지지 않는다는 걸.

모유에 든 단백질 비율을 알게 된 뒤엔 단백질 걱정을 완전히 떨치게 되었다.


전문가들이 적정 단백질량 지표로 삼는 모유도 좋은 예다. 인간은 성장기, 즉 몸집이 커지는 시기에 가장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제일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가 유아기고, 이 시기에 최적화된 자연식품이 모유다. 모유 속 단백질량은 100g당 1g이다. 이를 칼로리 비율로 따지면 7% 정도인데, 이는 현미나 과일과 비슷한 단백질량이고 초록색 잎채소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참고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50%를 넘는다.

성장을 멈춘 내가 모유에 든 것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까? 전혀 아니다. 현미밥과 사과, 시금치도 충분히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다른 생명을 취하지 않고 내게 필요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니 다행이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49쪽.


참고 자료

장우혜,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이의철,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황성수 힐링스쿨


향긋한 바스마티 쌀로 지은 밥(밥물이 부족했던가 지진 남...), 시금치나물, 열무김치, 먹다 남은 템페 한 조각 얹은 점심상


냄비 한가득 채소를 삶다가 코코넛크림과 타이 그린 커리 페이스트, 소금, 설탕을 넣고 마무리했다. 물 양이 좀 많아서 맑은 수프가 되었다. 그래도 간은 잘 맞는다.


그린 커리 봉투 뒷면 재료란에 이렇게 쓰여 있다.


레몬그라스, 물, 식초, 갈랑갈, 코코넛유, 마늘, 샬롯, 고추, 카피르 라임 잎

(레몬 그라스와 카피르 라임 잎은 신맛을 내고, 갈랑갈은 생강과 뿌리채소이며, 샬롯은 작고 길쭉한 양파이다.)


이 재료들을 갈아서 페이스트 형태로 판다. 새콤하고 향긋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을 낸다. 유행병 시대에 이런 페이스트 덕분에 간단히 바깥 음식 먹는 재미를 누린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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