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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Nov 10. 2018

빵과 커피

사람을 잃는 건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

밤을 까주는 이 다정한 손을 난 잃고싶지 않다.


너는 숟가락을 식탁에 놓을 때면 꼭 젓가락의 오른쪽에 놓았다. 나는 너의 숟가락을 건드리고 싶지않아 젓가락을 오른쪽으로 살짝 옮겨놓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빵과 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버터 나이프와 잼 스푼은 서로 섞이지 않고 분란없이 제자리를 찾았다. 나는 너의 커피에 조용히 차가운 우유를 부어주고, 너는 빵을 살짝 태워 구워냈다. 살짝 탄 빵을 지금처럼 그때도 내가 좋아했으니까. 입맛이 없는 봄에 너는 숟가락을 놓았다. 나는 아무것도 놓고싶지 않았는데. 함께할 수 있는 식사가 그날부터 없다.


광화문 커피스트. 나는 차를, 너는 커피를. 다른 의자에 갈라서 앉고, 헤어짐은 항상 다른 무게만큼 슬프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하는 이유는 그렇다.

함께한 시간은 축적될 수록 더 단단한 토양이 되어 우리의 마음은 더 푸르게 자란다. 그런데 친구건 연인이건 지인이건 나의 시간을 나눈 사람을 놓게 된다면 그와 함께한 ‘나’의 시간은 사라지게 된다. 물론 기억속에 남고, 추억이란 이름으로(좋은 추억이건 나쁜 추억이건) 남게 되지만 땅은 메마르고 물을 뱉어내는 모래밭이 되어 그곳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된다. 황량한 기억의 메아리만 몰아칠 뿐.


기억의 뿌리내림 속에서 인격은 단단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영원히 산책할 듬직한 땅이 많을 수록 우린 더 단단해진다. 서툰 인연도 소중히 하고 나와 시간을 함께해 준 사람들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잃어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하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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