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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y 19. 2020

튼튼이의 나무 정거장

  강아지들은 뛰고 싶어서가 아니라 냄새 맡고 싶어서 산책을 하는 거라고 한다. 산책할  튼튼이를 보면, 냄새 맡기가 얼마나 튼튼이의 일상에서 중요한지 느낄  있다.  번도 가보지 못했던 풀숲에 데려갈 때면, 간식도 마다하고 냄새 맡느라 정신이 없다. 튼튼이의 입장에서 사방천지에 새로운 냄새가 가득하다는 , 나에겐 처음 보는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뷔페에 갔을 때와 비슷한 마음일까.


  매일매일 신선한(?) 냄새를 맡을  있는 환경에서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은 주택가에 위치해있다. 일상이 바쁜 날에는 아스팔트 길을 산책할 수밖에 없다. 흙과 풀로 뒤덮인 땅의 냄새와 아스팔트로  땅의 냄새가 얼마나 다른지 나는   없지만, 튼튼이가  흥미로워하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인지 아스팔트 길을 산책할  튼튼이는 하나하나의 가로수마다 정성껏 냄새를 맡는다. 마치 정거장을 지나는 버스처럼 멈춰 서서 살핀다. 방금 나무와   나무에서 다른 냄새가 나는지 킁킁 냄새를 맡고, 어떤 나무에는 오줌도 싼다. 가끔 내가 바쁠 때는, 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직   그루의 나무가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진다. 갈길이 머니 얼른 다음 나무로 넘어갔으면 싶다가도, 튼튼이의 일상에서 아주  부분을 차지하는 행복이니 질릴 때까지 맡을  있게 기다려주려고 노력한다.


  나무의 종류뿐만 아니라, 나무의 나이,  위에 버려진 쓰레기라던지, 밑동 주변에  풀의 종류, 혹은 이전에 지나간 다른 강아지가 남긴 흔적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무들은 저마다의 냄새를 품고 을 것이다. 내 눈, 내 코로는 알 수 없지만 튼튼이에게는 나무 하나하나의 다른 매력이 느껴지나 보다. 사람은 갖지 못한 능력이다.


  아니, 사람에게는 사람들 저마다의 매력을 보는 능력이 있다. 내게는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비슷비슷해 보여도 튼튼이에게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나무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두 눈 반짝이며 알아봐 준다. 나의 냄새를 맡고, 내 앞에서 멈춰서 주는 그 누군가를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용객이 적은 정류장이라고 해서 정류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멈춰 세우는 정류장이다. 나도  주변 존재들에게 정성껏 대하고 싶다. 알아갈수록 모두 다른 매력을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5월 중순이 지났는데 밤공기가 너무 차다. 튼튼아, 추워. 미안하지만, 자, 다음 나무로 넘어가자.

가로수 사진은 찍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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