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은 뛰고 싶어서가 아니라 냄새 맡고 싶어서 산책을 하는 거라고 한다. 산책할 때 튼튼이를 보면, 냄새 맡기가 얼마나 튼튼이의 일상에서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풀숲에 데려갈 때면, 간식도 마다하고 냄새 맡느라 정신이 없다. 튼튼이의 입장에서 사방천지에 새로운 냄새가 가득하다는 건, 나에겐 처음 보는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찬 뷔페에 갔을 때와 비슷한 마음일까.
매일매일 신선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은 주택가에 위치해있다. 일상이 바쁜 날에는 아스팔트 길을 산책할 수밖에 없다. 흙과 풀로 뒤덮인 땅의 냄새와 아스팔트로 된 땅의 냄새가 얼마나 다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튼튼이가 덜 흥미로워하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스팔트 길을 산책할 때 튼튼이는 하나하나의 가로수마다 정성껏 냄새를 맡는다. 마치 정거장을 지나는 버스처럼 멈춰 서서 살핀다. 방금 나무와 그 전 나무에서 다른 냄새가 나는지 킁킁 냄새를 맡고, 어떤 나무에는 오줌도 싼다. 가끔 내가 바쁠 때는,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직 십 수 그루의 나무가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진다. 갈길이 머니 얼른 다음 나무로 넘어갔으면 싶다가도, 튼튼이의 일상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행복이니 질릴 때까지 맡을 수 있게 기다려주려고 노력한다.
나무의 종류뿐만 아니라, 나무의 나이, 그 위에 버려진 쓰레기라던지, 밑동 주변에 난 풀의 종류, 혹은 이전에 지나간 다른 강아지가 남긴 흔적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무들은 저마다의 냄새를 품고 있을 것이다. 내 눈, 내 코로는 알 수 없지만 튼튼이에게는 나무 하나하나의 다른 매력이 느껴지나 보다. 사람은 갖지 못한 능력이다.
아니, 사람에게는 사람들 저마다의 매력을 보는 능력이 있다. 내게는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비슷비슷해 보여도 튼튼이에게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나무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두 눈 반짝이며 알아봐 준다. 나의 냄새를 맡고, 내 앞에서 멈춰서 주는 그 누군가를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용객이 적은 정류장이라고 해서 정류장의 역할을 못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멈춰 세우는 정류장이다. 나도 내 주변 존재들에게 정성껏 대하고 싶다. 알아갈수록 모두 다른 매력을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5월 중순이 지났는데 밤공기가 너무 차다. 튼튼아, 추워. 미안하지만, 자, 다음 나무로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