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인터뷰 5. 공부방 선생님 노정은을 만나다
유비무환과 근면성실의 아이콘
걱정이 팔자다. 말끝마다 "큰일이야"를 마침표처럼 붙인다. 그런 그녀의 걱정이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녀의 준비성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늘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모든 것에는 존재가치가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그것이 설령 '걱정'이라 해도 말이다. 프로걱정러, 프로대비러 정은 씨의 유비무환 공부방 운영기를 청해 들어보았다.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영어공부방 선생님 노정은입니다. 10살, 7살 두 아들의 엄마이고요. 2017년부터 공부방을 운영하기 시작해서 와우, 벌써 5년차 공부방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네요.
인터뷰를 하다말고 스스로의 경력에 새삼 놀라신 거예요?
5년차라니. 놀랍네요. 허기사 첫째 6살, 둘째 3살때부터 시작해서 이제 첫째가 10살이 되었으니까요. 시간이 참 빨라요.
5년이 훌쩍 지나갈만큼 바쁘게 지내왔다는 방증이겠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초등학교 근처에서 영어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주로 초·중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요. 학생들마다 실력이 다르다보니 강의식이 아닌 개인별 맞춤수업으로 교습이 이루어집니다.
전공이 어떻게 되시나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고요, 결혼 전에는 학원에서 초중고생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력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영어와 영어교육에 관심이 있으셨군요?
우리 때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처음 배웠잖아요. 저는 정말 중학교에서 영어를 처음 접했는데, 친구들은 영어학원에서 이미 많은 것을 배워왔더라고요. 시작부터 차이가 나는 그 좌절감. 그때 좌절감을 맛본 경험 덕분에 영어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어요. 대학 때는 과외를 하면서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 원체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선생님 일이 적성에 맞았어요.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되셨어요? 역시 결혼-임신-출산-육아의 수순이 휴직으로 이어진 경우일까요?
결혼을 하고서도 한참 학원에서 근무했는데요, 첫째아이 임신 중에 원장선생님이 갑자기 닭강정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어요.
ㄷ...닭강정이요?
닭강정이요. 당시 학원가 주변에서 닭강정을 종이컵에 담아서 파는 가게가 장사가 아주 잘 됐거든요. 원장선생님이 그쪽으로 눈을 돌리시더니 학원을 접고 <용닭>이라는 가게를 냈어요. 저한테도 투자권유를 하시긴 했는데 저는 그쪽으로는 생각이 없어서...거 인터뷰 하재놓고 너무 웃으시는 거 아녀요?
아니 너무 갑분닭이랔ㅋㅋ죄송합니닭. 첫째아이 임신 중에 원장선생님의 닭강정 사업 시작으로 학원을 그만두시게 됐군요. 출산 후에는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셨던 건가요?
아니에요. 당시 같이 학원을 그만둔 초등부 수학 선생님이 집에서 공부방을 개원했어요. 거기서 주2회 영어수업을 맡아서 했고, 공부방 수업이 없는 날은 집에서 과외를 시작했죠. 첫째아이 키우면서도 한동안 그렇게 일을 이어가다가 둘째가 생겼고, 둘째가 돌이 될 때까지는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6살 아이와 3살 아이를 데리고 공부방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둘째를 낳고 일을 쉬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함을 느꼈어요. 점점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더라고요. 태생이 그래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항상 스스로를 다그치는 스타일이죠.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시댁과 친정이 다 멀어서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애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공부방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던 거죠. 마침 살고 있는 집이 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빌라의 1층이었고요.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덕분에 공부방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공부방 개원을 염두에 두고 학교 앞 빌라 1층을 얻으신 건가요?
전혀요. 애들 때문에 1층을 알아보던 차에 적당한 집을 찾았고, 그 집이 마침 초등학교 앞 빌라였을 뿐. 원래는 학교 앞 상가에 교습소*를 차리려고 계획했다가 막판에 계약이 틀어지는 바람에 무산됐어요.
* 교습소 : 명칭과 규모는 <개인과외교습자>로 공부방과 동일하지만 가정집이 아닌 상가에 위치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덤덤하게 말씀하시지만 당시엔 심란했겠어요.
그때 계약이 파기되었던 게 천운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종종 해요. 상가를 얻었다면 임대료가 계속 나갔을 테고, 임대료 걱정이 추가되었다면 학생수에 연연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또 코로나 이후로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잖아요. 집에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곁에 두고 돌볼 수 있으니 훨씬 안심이 되죠. 다만 한 가지, 상가에 교습소를 차렸더라면 전문성도 보장되고 학생모집도 수월했을 거라는 아쉬움은 늘 있어요.
학원이라야만 전문성이 보장되나요? 공부방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나 모두 그쪽 방면의 전문가 아닌가요?
가끔 학원과 공부방을 비교하면서 전문성을 문제삼는 학부모들이 있거든요. 어쩐지 공부방이라는 곳의 이미지가 집에 있는 아줌마들이 아무렇게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학원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고 때문에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 5년차 공부방 선생님이 생각하는 공부방의 특장점, 어필해봅시다!
첫째, 강의식 수업이 주가 되는 학원에 비해 일대일 교습, 수준별 맞춤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점.
둘째, 더 많은 관리를 받으면서도 비용은 저렴하고 비교적 시간조절이 용이하다는 점.
셋째, (이건 공부방마다 다르겠지만) 빠진 수업은 반드시 보강으로 채운다는 점.
빠진 수업을 반드시 보강으로 채운다는 점은 학부모에겐 좋지만 선생님 입장에선 추가수당 없는 연장근무 아닌가요?
수업료를 받은 만큼, 저는 선생님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학생이 몸이 아프다든지, 집안에 일이 생겼다든지, 또는 미리서부터 얘기가 된 경우에는 기꺼이 보강을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놀고 싶다는 이유를 대면서 빠지거나, 또는 말도 없이 빠지고서 나중에 학부모가 보강을 요구하면 떨떠름하긴 하죠. 그래도 가급적 보강을 해줘요. 받은만큼 돈값을 해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에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이유가 커요. 보강을 통해서 수업을 빠진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면 보강이 싫어서라도 수업시간을 지키겠죠. 학부모가 보강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인 저는 수업을 제끼고 논 행위에 대해서 아이의 책임을 물어야 해요. 그런 것들이 모두 공부습관, 나아가서는 생활습관으로 이어지니까요.
저도 선입견이 있었나 봅니다. 학원이든 공부방이든 그저 생계를 위한 어른들의 경제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남다르시네요.
물론입니다. 한 아이를 가르치는 동안은 저는 그 아이의 선생님이에요. 제대로 된 습관을 잡아주는 것 또한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멋지십니다. 선생님 마인드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공부방 운영을 위해 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나요?
공부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커리큘럼을 짜야 해요. 주 몇 회 몇 시간을 수업할 것인지,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인지. 저 같은 경우엔 대형서점에 직접 가서 교재를 살펴봤어요. 유명한 교재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교재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 나온 교재와 유명한 교재를 비교해보고 주요교재와 보충교재를 선정합니다. 지금도 수시로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오는 교재들을 살펴봐요. 더 좋은 자료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 맞춰 적절한 교재를 활용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 외에도 공부방 환경조성을 위해 책상, 책장, 프린터기 등의 비품들을 갖춰야겠죠. 아, 교육비도 책정해야 하고요.
교육비를 책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각 지역의 교육청에서 명시한 <교습비 기준 단가>가 있어요. 지역에 따라 1분당 수업료를 얼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상한선인데요, 이 <교습비 기준 단가>를 넘지 않는 선에서 주변공부방과 교습소, 학원 등의 교육비를 참고해서 책정하게 됩니다.
공부방과 학원, 교습소 간의 <교습비 기준 단가> 차이가 있나요?
학원의 기준 단가가 공부방의 2배 이상이라고 알고 있어요. 교습소와 공부방 간에도 꽤 차이가 나죠.
공부방 개업을 위한 인허가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크게 두 가지, 교육청 신고와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데요. 사업자 등록(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카드결제를 위해서 필요)은 공부방 개원 후에 천천히 해도 되지만 교육청 신고는 반드시 공부방 개원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고 후에는 교육청 신고번호와 <개인과외교습자>라는 문구를 적어서 현판을 달아요.
커리큘럼 기획, 교재 선정, 교육비 책정, 교육청 신고, 사업자 등록까지 다 마치고 나면 드디어 개원인가요?
중요한 게 하나 남았어요.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으면 구체적인 홍보 방법을 모색해야 해요. 먼저 공부방 이름과 로고를 정하고 현수막을 달아요. 현수막은 간판 대신으로 교육청 신고번호를 기재해서 달게 되어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엔 위치적으로 굉장히 유리(학교 앞 빌라 1층)하다보니까 현수막만으로도 제법 홍보가 됐죠. 이외에도 아파트 내 유료게시판을 이용해 전단지를 부착할 수도 있고, 입학이나 방학 시즌에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요.
경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요. 공부방을 개원하면서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이 있다면요?
다른 준비에 비하면 교육청 신고나 사업자 등록은 가장 간단한 절차예요. 아무래도 가장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커리큘럼 기획과 교재 선정이겠죠.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적합한 교재로 우리 공부방만의 경쟁력을 창출해내는 게 모든 공부방의 주요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공부방을 개원하고 언제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 같아요? 속된 말로 언제쯤 본전을 뽑으셨는지.
글쎄요, 시기적으로 '언제부터'라고 특정하기는 어렵고, 흐름을 타기 시작한 건 학생수가 15명을 넘으면서부터예요. 그때부터는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학생들마다 동생도 있고, 친구도 있고 하니까 입소문도 나고 건너건너 소개도 받고요. 공부방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아서 거창하게 손익분기점이랄 건 없어요.
현재 몇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지? 정원이 있나요?
들쑥날쑥하지만 평균적으로 30명 정도. 이 정도가 딱 좋아요. 그 이상이 되면 더 받지 않아요. 영어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한번 시작하면 오래 다녀요. 당장 눈에 보이는 실력향상이 없어도 저를 믿고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거죠. 그런 학생들을 붙잡아놓고 또 다른 학생을 받아서 얘도 쟤도 제대로 못 가르치면 안되잖아요. 전체학생은 30명 내외로 제한하고 한 타임당 받을 수 있는 학생수도 정원을 초과하면 더 받지 않습니다.
한 타임당 적정 인원은 몇 명까지로 보시나요?
한 타임당 6명 정도가 적당해요. 공부방이라는 특성상 시간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해요. 3시 타임에 6명을 받아도 6명이 동시에 3시 땡하면 오는 게 아니거든요. 3시 10분에 오는 아이도 있고, 3시 30분에 오는 아이도 있고요. 그러면 이 아이들은 어쨌든 한 시간을 채우고 가야하니 뒷타임 아이들과 10분 내지 30분이 겹치게 되는거죠. 게다가 그 시간에 다른 타임 아이가 보강까지 받으러 오게 되면 한 타임에 학생수가 7~8명이 되는 경우가 생겨요. 많은 인원이 시간과 공간을 쪼개써야 하는 관계로 가급적 한 타임에 6명 내외로 학생수를 조절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다 보면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의 분리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어떻게 해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가족의 이해와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놀이공간이 없어지고 집 안에서도 행동의 제약이 생기죠. 특히 남편은 퇴근 후 거실 소파에 널부러지는 로망이 있는데 그걸 못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해서 제 수입에 몹시 만족해하며 위로받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그렇게 벽에 붙은 학생들 스티커판을 세요. 학생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체크하는 거죠.
공부방 수입으로 남편분이 심신의 안정을 얻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엄마로서 공부방을 운영할 때 겪는 고충이 있다면요?
내 아이가 후순위가 된다는 점.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제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수업중에 아이들이 뭔가를 요구할 때가 있어요. 보통은 참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바로 챙겨주지 못할 때는 참 마음이 아파요. 가끔은 학생들이 저한테 물어봐요. 선생님은 왜 선생님 애들한테만 쌀쌀맞게 대하냐고요.
이 공간은 집인 동시에 나의 일터예요. 학생들이 있는 시간엔 엄마로서의 역할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선생님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차라리 내 아이를 기다리게 하면 했지, 내 아이들을 돌보느라 학생들을 방치할 수 없는거죠. 막상 수업이 끝나면 체력이 소진해서 정작 내 아이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요. 밥해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버거우니까 아이공부 봐주는 건 꿈도 못 꾸죠. 공부방을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의 요구에 바로바로 반응해줬을텐데테, 아이들에게 배고픔을 참으라고 말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너무나 이해가 됩니다. 그런 상황들은 아무리 자주 반복돼도 무뎌지지 않죠.
맞아요,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늘 똑같은 상황에 똑같이 마음이 아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로서 공부방을 운영할 때 갖는 이점 또한 막강하다고요.
오전시간 활용이 자유롭고 가정보육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아이들 등하교도 내 손으로 챙길 수 있고 학교 행사 참여에도 제한이 적은 편이에요. 또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집에 있다는 점이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죠.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영어를 재미있어 한다는 감사인사를 들을 때, 뿌듯해요. 또 중학생이 돼서 공부방을 그만둔 아이들이 다른 학원에 가서도 기초가 탄탄한 덕분에 어려움 없이 영어공부를 이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껴요.
반대로 비애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갑작스럽게 학생이 그만둘 땐 만감이 교차해요. 타고나길 오지랖이 넓어서 학습 이외의 것들도 챙겨가면서 일을 하게 돼요. 예를 들어 학생의 가족이 아프다고 하면 내내 신경이 쓰여요. 학부모에게 도움이 필요하진 않은지 물어보고 필요한 경우엔 제가 학생을 데리고 있기도 하고요. 거의 1년 이상 매일같이 만나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학생들에게 마음을 많이 내주게 돼요. 하나하나 함께한 시간과 정이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방을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다 마음에 상처가 되기는 하죠. 유쾌한 헤어짐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더 마음에 남는 경우는 당일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내일부터 그만둔다는 통보를 받을 때, 아이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헤어질 때는 마음이 많이 아프죠.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있을까요?
공부방을 개원하고 가장 처음으로 받은 5학년 남자아이가 종종 생각나요. 알파벳도 모르고 왔던 친구인데 제가 가르친 이후로 점점 집에 있던 영어동화책을 꺼내읽기 시작했다고, 학부모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왔었어요. 공부방 선생님으로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 첫 학생이라 두고두고 생각이 나네요.
안타까운 학생, 힘들었던 학생은 없었나요?
가르치기 힘든 학생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요. 학습의욕이 없는 경우와 학습역량이 부족한 경우. 전자의 경우엔 힘들긴 하지만 안타까움은 덜해요. 후자인 아이들이 참 안타깝죠. 의욕은 100인데 역량이 10밖에 안되니까요. 아무리 투입해도 투입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이런 경우엔 학생이 자존심 상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단계를 낮춘 교재를 써요.
잘하던 친구를 좀 더 잘하게 하는 것보다, 못하는 친구가 잘하게 되면 공부방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잘하는 친구들은 가르치기가 훨씬 수월하고 따라오는 속도도 남달라요. 이런 친구들은 주변에서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궁금해하고 따라다니는 경우도 많아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요. 그런데 학습속도가 유난히 부진한 친구들은 다른 학생에 비해 더 많은 관리를 필요로 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아요. 가르치면서도 '될까'싶은 마음이 들죠.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학생을 내보낼 수는 없어요. 학생이 의욕만 있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가르치는 거죠. 어떤 선생님이라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방 운영을 위해 수업 외에도 추가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주기적인 이벤트가 필요해요. 생일, 어린이날, 할로윈 데이, 크리스마스 정도는 소소하게 간식꾸러미라도 챙겨주려고 해요. 가장 큰 이벤트는 역시 신학기에 여는 '마켓데이'죠. 숙제를 해올때마다 상점을 받는데, 이 상점을 모아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가 '마켓데이'예요. 일종의 보상인 셈이죠. 꼭 마켓데이가 아니더라도, 군것질거리나 기프티콘 등을 활용하는 선생님들도 많고요. 개인적으로 이런 보상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출석과 숙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학생도 학생이지만 학부모 응대도 적잖이 신경쓰일 것 같은데요.
그렇죠. 사실 엄마들이랑 잘 지내는 게 공부방 운영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어느 공부방에 보낼지 결정하고 지갑을 여는 건 결국 엄마들이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학생들과는 몹시 친밀하게 지내는 반면, 학부모 전화상담은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학부모들에게 자주 전화도 넣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소통하는 게 좋겠죠.
직업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아이들을 키울 때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단조롭다고 느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부터는 다양한 일이 많이 생겨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또 내 아이나 남의 아이나,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워요. 일에 대한 만족감은 큰 편입니다.
공부방을 준비하는 엄마들, 워킹맘을 꿈꾸는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기에 공부방 선생님은 최적의 직업이에요. 엄마가 직접 아이들을 챙기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으니 양육의 부담이 덜한 편이구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있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시작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집에서 공부방을 하게 되면 다른 가족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사전에 충분한 협의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나에게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만큼 다른 곳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왔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해요. 책임감있는 선생님이 됩시다! 내 새끼는 내가 키우고 내 학생은 내가 책임진다!
* 본 인터뷰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6화 예고 : 플리마켓 기획자 H를 만나다 (5월 14일 발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