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오마카세
https://www.mangoplate.com/restaurants/kET-j5h0_c9i
(망고플레이트 후기를 다들 정성껏 쓰셨다.) 입구를 찾기 힘들어서 많이 헤멨는데 다른 분들은 에비던스에 전화하시길! 셰프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파스타가 코스로 나온다? 메뉴는 정할수 없다? 예약할 때 고수를 좋아하는지만 물어봤고 난 매우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2020년 12월에 갔다온 에비던스 후기. 계절마다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다녀온 시기를 기재한다. 몇년 셰프로 일했던 지인은 옥수수로 만든 파스타가 유명해서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일본식 오마카세가 한국식으로 변형되며 가지게된 시스템과 특징에 관해 쓴 메모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에비던스가 '파스타 오마카세'라고 불리는 줄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알았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가장 처음에 나온 조개 파스타였다. (파스타들의 이름은 지식의 한계로 다소 부정확하다.) 육류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입맛에 취향저격이었고 깔끔하고 산뜻했다. 추운 겨울날 먹은것도 좋았다. 처음 접시가 양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5개의 파스타가 양은 제각기 였다. 기대하던 옥수수로 만든 파스타는 안의 된장과 치즈들의 맛이 부드러웠다. 옥수수로 만든 파스타가 색달랐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맛의 큰 차이는 잘 모르겠었다. 같이 간 지인은 마지막에 나온(위에서 가장 오른쪽) 고수와 고기, 치즈가 듬뿍 올려진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디저트까지 완벽했는데 9시까지 저녁을 먹을수 있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사진에 없지만 우리가 갔을땐 크리스마스 시즌 근처라 돼지고기를 넣은 작은 파스타도 맛볼 수 있었다.
똑같이 맛있는 파스타를 먹었는데도 취향이 다른 것을 보며 정소영의 <맛, 그 지적 유혹>이 떠올랐다. 음식은 풍부한 암시와 상징이자 강력한 인문학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맛은 우리를 반영한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361970
에비던스에 갔던 것도 역시 문화자본을 획득하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맛, 그 지적유혹>의 작가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이라는 작품을 통해 파스타를 언급했었다.
나는 영화로 시청한 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책과의 차이점을 찾아보았다. 책이던 영화던 모두들 핵심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아드리안이 역사에 관해 말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던 파스타를 먹는 장면은 주인공 토니가 베로니카에 대해 처음으로 전부인에게 이야기 하는 장면에 잠시 나온다. 변호사이자 워커홀릭인 전부인은 까르보나라를 시키고, 긴 이름의 파스타를 시킨 토니는 복잡한 과거이야기를 시작한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8802
위에서 언급한 작가 정소영은 영국음식과 영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주로 말한다. 전통 음식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도시로서 최고의 다양성을 가지게 된 런던. 영화의 주인공 토니가 이런 런던에서 시킨 음식은 토마토 베이스의 파스타이고 즐겨마시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이다. 오직 베로니카와 있을때만 마끼야또를 시켰다. 그마저도 마시지 못하고 뛰어나가야 했지만.
지금 영국의 최신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백만파운드의 메뉴>라고 생각한다. 도전자들이 나와서 영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메뉴를 선보이면, 심사위원들은 팝업 레스토랑을 차려준 후 추가로 투자할지를 결정한다. 이때 지원자들의 메뉴선정과 개발, 심사위원들의 레스토랑 운영계획 질문, 소규모 푸드트럭이 대형 레스토랑이 됬을때의 맛 유지 시스템, 배달전문점의 재무상 이점 등 현재 F&B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을 볼 수 있다.
파스타는 이렇게 크리스마스 시즌 특별 요리가 되기도 하고, 소심한 남자의 선택이 되었다가, 대중을 사로잡는 백만파운드의 메뉴가 되기도 한다. 에비던스 파스타에 감동받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영국 넷플릭스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입맛이 맞는 사람과 즐겁게 먹고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