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큐브가 있는 건물은 갤러리 건물이 아니라 중국 농업은행 건물이라서 페더 빌딩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1층, 2층의 규모로 다른 갤러리들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게 장점이다.
근처에 페로팅Perrotin 갤러리가 있기 때문에 화이트 큐브 갔다가 페로팅갤러리 가는 것도 동선이 꽤 괜찮다.
앞선 데이비드 즈위너 전시가 클래식한 작품이었다면 화이트 큐브 갤러리 전시는 추상적이고 과감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 White Cube Gallery
David Altmejd-The Vibrating Man
(white cube 프로그램 표 번역)
어떻게 보면 실존주의적인 작업이지만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업처럼 우울하고, 비관적인 태도보다는 좀 더 위트 있고 시각적인 재미가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손의 전체 모습 석고상을 본 다음에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따로따로 떼어놓은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또,
눈, 귀까지 전체적인 신체부위에 대한 석고상을 만드는 단계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들의 단계가 신체부위 외형에 대한 리서치 과정이라고도 느껴졌고
삶(살아있음/인생/생명)을 비관적인 태도로 비꼬고 염세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살아있게 만드는 신체부위(생각을 하는 머리, 글씨를 쓰고 무언가를 만드는 손, 사물을 바라보는 눈, 소리를 듣는 귀)에 대한 리서치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 좀 더 다양한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게 실제 모습과는 다른 내면의 성격을 표현함으로써 실제 같지만 허구 같은, 매혹적이면서도 혐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 머리인듯하면서도 형상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모순적인 내면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주목한 부분은 주로 인체의 상반신만을 묘사했다는 점이다.
작품에서 머리/얼굴에 변형을 준 것이 가장 눈에 띄고 다른 신체부위가 나와봤자 가슴/손가락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신체가 어떠한 동작을 취할 때 (걷기, 뛰기 같은 육체적인 움직임) 척추, 다리 근육이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고
인체 전신에서 근육이 많이 붙어있는 부분도 다리 쪽인데 그러한 부분이 아닌 얼굴, 손가락, 머리 등 가슴 위쪽으로만 묘사를 한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애초에 작가가 이 작업에서 의도한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이지만, 이질적이고 에너지(기운)가 느껴지기도 하는 비주얼을 묘사하는 것이었어서 상반신만 사용한 것이 어색하다거나, 의구심 들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실 생각을 하는 뇌는 머리에 있지만 가슴 아래로 내려가 보면 실질적으로 우리가 살아있을 수 있게 뜸한 장기들 (허파, 심장 등등) 그리고 생식기까지 전부 하반신에 있는데 가슴 위쪽으로만 작업을 진행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정리해보자면, 이 작가보다는 데이비드 즈위너에서 봤던 작가가 훨-씬 더 내 스타일이었고,
이때가 아트 바젤 시즌이었던 것만큼 실제로 아트 바젤에서도 화이트 큐브 갤러리 부스에서 David Altmejd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당연히 비주얼적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작품(시각적으로 튀고, 기괴하지만 역겹지는 않은 적당한 이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음번에 홍콩을 간다면 아트 바젤이 아닌 기간에 가서 좀 더 클래식한 작업들을 보고 싶다.
그렇게 작업을 다 보고 전시장으로 나오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화이트 큐브 가방과 갤러리에서 출판되는 책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나는 여기서 트레이시 예민 tracey emin 화집과 화이트 큐브 가방을 기념품으로 샀다.
두 개 합해서 한화로 5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념품으로도 나쁘지 않고 트레이시 예민 화집은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출판되는 책이라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책이기에 망설임 없이 구입을 했다.
다음에 저 화이트 큐브 가방을 메고 다시 홍콩을 가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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