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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06. 파놉티콘

예전 우리 사회는 폭력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감시하고 제약하고 억압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근대 권력자들이 행하는 폭력은 반드시 물리적인 폭력만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보이지 않게 스스로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직원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의심스럽다면 사장은 간단하게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 됩니다. 절도범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사장으로서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지요.     

아니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라는 얘기들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겁니다. 그런 교육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되는데 이것이 권력이 가진 힘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제약과 감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우리의 행동을 실시간 감시하고, 휴대폰이나 신용카드만 써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흔적을 남기는 세상이니 사회의 감시망을 벗어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상 끊임없이 감시를 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 범죄를 다스린다는 목적 하에 모든 사람들을 감시의 틀 속에 가두는 사회, 이런 사회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를 생각하는 것은 왠지 두렵습니다.     


첨단 정보기기의 발달은 이러한 권력에 엄청난 권능까지 부여합니다. 그러면 권력자들은 마치 투명한 감옥 속에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것처럼 점점 더 쉽게 사람들을 감시하고 제약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이런 사회구조가 오리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입니다. 철학자 미셀푸코는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 ‘파놉티콘’을 우리 사회구조 속에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원형감옥이란 감옥형태를 원형으로 만들고 그 중심에서 죄수들을 감시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런 감옥에서는 감시자는 죄수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지만 사실상 죄수들이 볼 수 있는 시선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겠지요.  

   

미셀푸코는 이런 불평등한 시선구조에서 바로 권력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죄수들은 감독관이 없어도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현상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여기저기 감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행동을 억압하고 조심하게 만드는 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던 그것은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감시망, 그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옭아매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가 자주 멈칫거리게 되는 수많은 행동들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세뇌에 의한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예를 들면 누가 보든 말든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걸어간다거나, 나이가 들었어도 젊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쯤은 한번쯤 통제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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