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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207. 아는 만큼 겸손해지는 이치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한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전문가의 말은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요.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도 많아서 행여 전문가의 말에 반대라도 할라치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분야를 실천하는 단계에 서면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해서 전문가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현실에서 어려움에 처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과 사회는 다양성과 함께 수시로 변화하는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고 있고, 그들이 전공한 전문분야 역시 사람과 사회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변하지 않는 지식만 고집할 경우 그 사람은 전문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답답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 것이지요.     

깊이를 가진 학자들을 자세히 보면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공부도 많이 합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사회학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때로는 과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것들은 별개인 것 같아 보여도 결국은 모두 인간과 사회라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은 세상의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훌륭한 학자는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다른 분야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말이 혹시 자신이 모르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설령 그 말이 전혀 엉뚱한 것이라 해도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이 공부한 분야만 아는 전문가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오로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므로 그것과 연계된 다른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굳이 다른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해도 자신은 전문가라고 불릴 것이고 앞으로도 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으니 구태여 다른 분야를 공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의 말은 틀린 것이 됩니다. 들어보나마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므로 끝까지 들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겸손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모든 학문은 많은 사람의 검증을 거친 변하지 않는 진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 속에서 적용되는 것은 분명 다른 부분입니다. 모든 학문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잘 살아가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한 분야인 만큼 전공분야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다운 깊이를 갖고 자신의 전문 분야가 현실에 들어맞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식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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