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169. 진실은 어디에

앞을 보지 못하는 다섯 사람이 각자 자신들이 처음 만져본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코를 만져본 한 사람은 코끼리가 뱀처럼 징그러운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귀를 만져본 다른 사람은 코끼리는 부채처럼 생겼다고 말하고 다리를 만져본 한 사람은 코끼리는 기둥 같이 생긴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배를 만져본 사람은 담벼락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새끼줄처럼 가느다란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모두 직접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보았기에 자신의 말이 확실하다고 주장합니다. 코끼리라는 동물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코끼리를 뱀이나 부채, 기둥, 담벼락, 새끼줄 같은 동물이라고 믿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코끼리와 그들이 알고 있는 뱀이나 부채 사이는 그야말로 커다란 간격이 생기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말한 것들이 거짓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작은 한 부분을 가지고 코끼리라는 거대한 동물을 성급하게 판단해 버렸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자칫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본인에게도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착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코끼리가 얼 만큼 큰 동물인지, 귀가 어떻게 생겼고 코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미 알고 있고 그것들이 한데 모여 코끼리라는 동물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이 이야기가 웃어넘길 수 있는 내용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실제로 이와 비슷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이 아는 작은 한 부분을 가지고 모든 것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덩어리를 말하지 않고 세부 사항만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때로는 의도적으로 전체적인 것을 숨기고 일부분만을 강조해서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왜곡된 것을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어느 쪽의 말을 들어도 모두 옳은 소리라고 판단하게 되고 각각의 말을 들을수록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이 정치권에서 나온 말이라면 정치로부터 마음이 점점 멀어질 수도 있겠지요.     

우리들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코끼리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판단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코끼리라는 동물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 거짓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지요. 사람들을 호도하는 거짓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그것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부분적인 것을 종합해서 전체를 그려보려는 자세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고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전체를 보게 되고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더 이상 국민을 개나 돼지로 비하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이전 14화 207. 아는 만큼 겸손해지는 이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