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09. 2022

110. 다시 태어난다면

만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언젠가 삼십 대 초반의 주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은 다시 태어나면 독수리가 되고 싶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녀가 꿈꾸는 독수리는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이겠지요. 사십대 중반의 한 여성은 한참을 고민한 뒤 이렇게 말합니다. “생명이 있는 생명체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저 한들한들 부는 바람이었으면 해.” 어쩌면 그녀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일상이 필요했던 것일까요.   

  

어느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아이들도 역시 제각각 대답을 했습니다. 그중에는 하반신 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학생의 대답도 있었습니다.     

교사는 그 아이가 당연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대답을 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예상 외로 “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장애인이라 고생하는 엄마에게,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 무한한 사랑으로 엄마를 보살피며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것이지요.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질문에 사람마다 대답도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이 현재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대답이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질문은 현재 그 사람이 가진 욕망이나 현실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 지향하는 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심리학의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일에는 언제나 기쁨과 슬픔, 양지와 그늘이 함께 있게 마련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야말로 타인의 삶의 일부분이고 본인 역시도 자신의 일부분만을 의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현재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내 마음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때라야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다시 태어나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해도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이 질문은 자신의 욕망이나 하고 싶은 일의 실체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만일 누군가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천변에 핀 작은 들꽃이 되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꽃, 사람들이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꽃,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몸을 낮추어야 간신히 발견할 수 있는 꽃, 바람에 흔들려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꽃, 존재 자체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런 아주 작은 꽃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마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들여다봐야 알 수 있겠지요.     


당신도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마음에게 물어보세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일은 어쩌면 당신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인지도 모르니까요. 

이전 16화 161.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