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243. 하루라는 연극

우리의 삶이 한편의 연극이라면 우리 각자는 그 연극의 주인공입니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는 아침에 막이 올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나를 중심으로 ‘하루’라는 연극이 펼쳐집니다. 나는 하루라는 연극의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연입니다.     

매일 시작하고 끝나는 하루라는 무대는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인공 역할이 싫어도 다른 사람을 대신 쓰거나 조연으로 배역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설령 나를 관심 있게 지켜봐줄 관객이 없어도 우리는 충실하게 맡은 배역을 소화해내야 합니다.     

내가 맡은 배역은 평범한 회사원일 수도 있고, 주부나 학생, 혹은 노인이거나 장애를 가진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주어진 배역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분장하며 역할에 충실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똑 같은 무대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어떤 배역을 연기할 것인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오늘은 국회의원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어제는 회사원이었지만 오늘은 자유를 만끽하는 여행자로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그 무대는 오로지 내가 주인공이니까요.     

그렇지만 정말로 좋은 연극이 화려한 옷이나 분장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얼마나 충실하게 그 배역을 소화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듯이 우리는 주어진 역할을 고민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분장을 한다고 해도 연기가 어설프거나 과장되면 그 연극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진솔하고 꾸밈없이 그 배역에 젖어들어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항상 기쁜 일만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항상 슬픈 일만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잠깐의 기쁨과 잠깐의 슬픔이 있을 뿐이지요. 어제 입은 샐러리맨 복장을 내일도 계속 입어야 한다는 강제성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라는 한편의 연극들이 쌓이고 쌓여 ‘삶’이라는 대작을 만들어 냅니다. 그 연극이 훌륭했는지, 내가 배역을 충실하게 소화했는지는 모든 연극이 끝난 뒤라야 제대로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매일 올라가는 연극에 일희일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제의 무대에서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 해도 다행히 내일 다시 무대의 막이 오를 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니까요.     

내일 다시 그 막이 올라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매일 자신의 무대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일 무대에 오른다 해도 어제와 똑 같은 연기를 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더 나은 작품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무대에서 어떤 배역을 연기하고 있습니까. 화려한 분장과 화려한 옷으로만 치장한 채 어설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일은 과연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오늘은 잠시 돌아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전 02화 267. 나의 색깔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