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285. 맛을 보다

인간의 혀는 참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매운맛입니다. 어떤 학자는 매운맛과 떫은맛은 혀가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촉각과 통각이 함께 작용해야 알 수 있는 맛이라고 규정해 미각에서 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감칠맛과 지방맛이 있다고 하고 현재까지도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맛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쩌면 머지 않아 새로운 맛을 음미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사랑하는 단맛은 좀처럼 거절하기 힘든 맛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유혹해 나쁜 길로 인도하는 것들을 ‘단맛’으로 빗대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단맛을 자주 느끼게 되면 살이 찌고 결국엔 비만에 이르는 지름길이 됩니다. 단맛을 적절히 사용하면 그것이 색다른 감칠맛이 될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니까요. 

소금에서 느끼는 짠맛은 과도하지만 않다면 인간의 몸에도 필수로 있어야 하고 모든 음식에도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맛입니다. 세상의 중요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은 말도 바로 빛과 소금이듯이 짠맛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짠맛은 우리와 함께 하는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하면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겠지요.

신맛은 발효가 되었을 때 느끼는 맛으로 약효를 가진 맛이기도 합니다. 신맛은 막힌 것을 뚫어주고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음식을 먹고 체하면 식초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것을 먹어 소화를 시켰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도 동치미 국물 같은 신맛 나는 물을 먹였습니다. 모든 것을 통하게 하는 맛이지요. 

쓴맛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맛입니다. 독을 가진 물질이 대부분 쓴맛이 나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이 독극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위에 열거한 단맛, 짠맛, 신맛에 비해 쓴맛은 혀에 닿는 순간 곧바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한번 맛보면 입에 오래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쓴맛이 다른 맛에 조금 곁들이면 상당히 매력적인 맛으로 변합니다. 맥주를 만드는 홉이나 커피, 차의 쓴맛도 그러하지요. 한약은 뜨거울 때는 그렇게 쓰다고 생각하지 못하지만 식으면 더 쓰게 느껴집니다. 반면, 맥주를 아주 차게 마시면 오히려 쓴맛이 사라집니다. 쓴맛은 어떤 재료와 가미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찬 온도에서, 때로는 뜨거운 온도에서 본연의 맛을 더욱 잘 드러내는 것입니다. 카멜레온 같은 맛이지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은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재료들과 적절하게 사용하면 음식을 더욱 풍미 있게 만들고 조화를 이루지만 한 가지 맛만 두드러지면 인간에게 독이 되고 오히려 자신이 가진 독특한 맛도 제대로 드러낼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도 이런 각각의 맛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쓴맛’을 좋아하고 쓴맛의 속성을 닮으려 합니다만, 때로 우울할 땐 단맛을, 나른할 땐 신맛을, 기운이 없을 땐 짠맛을 편애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맛과 닮아 있나요? 어떤 맛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지, 혹여 나의 특징만을 내세우며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1화 288. 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