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는 인구 50만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박물관 건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적자가 불 보듯 뻔 한 박물관을 왜 지으려 하느냐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내는 곳인 만큼 건립 여부를 논할 것이 아니라 건물과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7년 전, 그러니까 2014년에 평택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식기부단체인 ‘평택박물관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평택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내는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역사, 문학, 언론, 경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입니다. 평택에 좋은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단체라는 뜻에 공감해 함께 참여하며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활동하는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와는 별개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박물관은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을 담아내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람과 정신이 깃들고 교육과 체험, 전시 등 그야말로 지역의 종합적인 것을 담아내는 곳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공간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건축이나 공간의 문제, 유물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습니다.
7년 동안 전국에 있는 많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공간구조에서부터 전시기법, 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것들을 보았습니다. 모르는 분야가 많았기에 호기심이 더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유물이 없어도 다양한 방법의 전시·체험기법을 통해 박물관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평택박물관이 향후 100년 뒤에도 기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점점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건립되는 시작 단계에서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는 일이 관건이었습니다. 도시가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박물관이 없어 평택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막대한 돈을 투입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심사부터 통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문체부 사전심사는 오는 7월에 있는데 심사 절차가 무척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박물관을 지어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박물관을 지을 부지확보, 짓고 나면 전시할 유물이 정말로 있는지에 대한 검증, 뒷받침할 전문가집단과 시민 참여, 어떤 전시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주려 하는지에 대한 계획, 학예사 배치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점수를 매기고 일정한 점수에 도달했을 때 실사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과정을 하나하나 잘 준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평택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관건입니다.
평택박물관에는 평택과 평택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낼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소장가와의 만남을 통해 평택에도 유물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명의 전문 학예사가 배치되어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담아 전시계획도 구상 중입니다. 인구 54만 명 도시에 박물관 하나 없는 평택에서 ‘평택박물관’ 건립의 첫 번째 단계 통과를 위해 시민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