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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47. 같은 행동, 다른 평가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똑 같은 행동을 했는데도 서로 다른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신부와 평소 온갖 말썽을 부려온 사람이 길을 가다가 두 사람 모두 똑같이 노숙인에게 빵을 건넸을 때 같은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추측컨대 신부에게는 “또 선한 일을 하셨군요”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테고, 평소 말썽이 많았던 사람에게는 “그 친구가 웬 일이래?” “무슨 꿍꿍이가 있나” 하는 식의 반응이 있을 겁니다.


이상하지요? 같은 행동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 다른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사회지도층, 가까이는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정말 흔히 만나는 일이지요.


상사가 직원들에게 큰 맘 먹고 호의를 베풀었을 때 직원들이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분명 평소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 사람 대 사람이 아닌 당신의 생계를 끝낼 수 있는 ‘갑’의 성품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신에게 선의를 베풀었을 때 당신이 내 호의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내 속에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당신에게 조금 더 솔직하지 못했거나,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불손한 행동으로 나를 짐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는 나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내가 평소 이웃을 대하는 행동, 내 가족을 대하는 행동, 아랫사람을 대하는 행동, 동네 강아지를 대하는 행동, 꽃을 대하는 행동, 사무실에 들어온 상인을 대하는 행동, 노숙인을 대하는 행동,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대하는 행동, 여성을 대하거나 남성을 대하는 행동 등 내가 하는 각각의 모든 행동들은 주변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람들의 왜곡된 평가는 나를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나를 평가하는 이야기들은 평소 나의 모든 행동들이 모아져서 이루어진 것일 테니 함부로 무시하지 말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그러니, 오늘 내가 당신에게 베푼 호의를 당신이 거절한 일에 대해 밤새 걱정하는 것은 당신을 위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추운 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따뜻한 물 한잔을 건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일도 됩니다. 마음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마음이 먼저 되지 않는다면 일부러라도 행동을 먼저 할 일입니다. 행동이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사회심리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이미 밝혀진 것이니까요.


오늘 누군가가 내게 건넨 싫은 소리에 마음이 상했다면 나의 평소 모습을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굳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이 결국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과 행동을 바꿔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는 길이 될 테니까요. 나 역시 평소 행동들에 조심하면서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당신에게 다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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