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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41. 열정의 힘

올해도 새롭게 세운 목표들이 많았는데 연말이 다가오니 온통 후회와 부끄러운 일들만 기억납니다. 같은 하루, 같은 일상 속에서 삶은 점점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어제도 오늘도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하루하루를 이어가다 보니 모든 일에 깊이 마음을 쓰기 보다는 조금은 쉽게 넘겨버리는 일도 잦아집니다. 귀찮은 일을 피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라는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니 어떻게든 시간만 때워보려는 얕은 수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올해 나는 그런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 스승을 한분 만났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대충이 몸에 배어가는 내게 하루하루 매 순간 열정을 갖고 살아가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철학을 가르쳐 주셨던 스승입니다.           

그분은 마치 그날의 수업이 마지막인 것처럼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방심할 새도 없이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지고 그냥 던지는 말 한마디에서도 정확한 개념을 요구합니다. 이러니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려운 철학책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을 위해 세 시간 내내 칠판 앞에 서서 강의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써간 과제도 그분 손에만 들어가면 열정적인 강의 자료가 되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테니스공에 눈을 맞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눈에 약을 넣어가며 끝까지 수업을 마쳐 학생들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가르쳐주고 싶은 열정이 많으니 수업시간이 연장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한 학기 동안의 강의였지만 우리는 그분을 통해 삶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곤 했습니다. 그런 그분이 몇 해 전 암수술을 받아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었다는 건 모든 수업이 끝나갈 즈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따뜻하지만 가르침에 있어 엄격했던 그분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과 같다, 인생을 거저 얻으려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헤어질 때 쉽게 건네는 안녕이라는 말은 그대로 영원한 안녕을 고하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 현재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임하라는 그 말은 두고두고 부끄러운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행동으로 가르치는 스승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가르치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어쩌면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의 가르침을 통해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던 내가 다시 열정과 희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그분과의 만남은 행운임에 틀림없습니다.           

시간은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다가와 참 잘도 흘러갑니다. 내일도 어쩌면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겠지요. 그러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분명 다를 겁니다. 어제의 내가 삶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르던 ‘나’였다면, 오늘의 나는 부끄러움을 알게 된 ‘나’이고, 내일의 나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나’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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