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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38. 일상이 만드는 특별함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라는 수식어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프리마돈나 강수진이 만 4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고 국내무대에서 고별인사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나는 그녀의 은퇴소식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 집니다. 발레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지만 아마도 나는 그녀가 무대 어딘가에서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프리마돈나 강수진을 알게 된 건 몇 해 전 인터넷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덕분이었습니다. 발  전체가 기형적으로 일그러져 굳은살이 박인 사진 옆에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성의 얼굴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고 그 발의 주인공이 바로 강수진이라는 발레리나였습니다.          

발끝으로 서서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발레를 보며 때로 발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막상 그 발의 실체를 알게 된 뒤 느끼는 충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 기형의 흔적들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참아낸 뒤에야 비로소 빚어낼 수 있고,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연습에 매진했던 숨은 노력들이 모여 오늘의 아름다움이라는 결실을 맺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은퇴를 선언하는 인터뷰에서도 “오늘 그만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은퇴선언 자리에서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잔잔한 파도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하루 2~3시간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연습에 몰두하는 무서운 연습벌레로 유명한 강수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그 말이 주는 힘이 더 컸을지 모릅니다.           

그녀는 가장 듣고 싶은 찬사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말’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무심하게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현재의 특별함을 만들어낸 단초가 되었다는 말은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하루 24시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사용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낸다는 것은 매일 잠들기 전에 가슴을 치며 되뇌는 작심삼일이라는 단어처럼 철저한 자기극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강수진은 우리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소소한 일상들이 오래 쌓이면 특별한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나도 그녀의 말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매일 10분씩의 독서, 매일 2편씩의 좋은 시 읽기, 매일 5분씩의 사색 등도 비록 바쁜 일상 속의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큰 것을 이룰 수도 있겠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오늘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습관은 어쩌면 5년 후나 10년 후쯤 만나게 될 우리의 특별한 모습일지 모릅니다. 당신이 매일 하는 생각과 행동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10년 후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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