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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28. 양치기 지도자의 힘

살아오는 동안 지금처럼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스스로가 평범한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이끌만한 위치에 있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우리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어쩌면 지도자는 양치기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양치기라고 하니 양치기소년이 했던 이솝우화 속 거짓말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양치기 한명이 그 수많은 양들을 어떻게 몰고 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됐던 것이지요.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을 수 있는 건 양치기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치기가 있는 한 이곳은 평화가 유지되리라는 믿음, 혹여 어떤 일이 생긴다 해도 양치기가 양들을 해치거나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랜 신뢰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양치기는 양들을 집으로 몰고 갈 때 양보다 앞장서서 큰소리로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양들을 몰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에서 양들의 무리를 살펴보고 원하는 방향으로 양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양치기가 목표하는 지점은 이미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혹여 다른 방향으로 탈선하는 양들이 있을 때는 지팡이를 사용해 양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양치기가 사용하는 지팡이는 양들을 위협하는 무력의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지시하는 도구인 셈이지요.          

양치기는 양들을 몰아내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비록 양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흩어져 있는 양들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양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양떼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양들을 이끌어가는 사람, 그가 바로 최고의 양치기이고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에는 지도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도 지도자로 자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작게는 조직에도 지도자가 있고 하루 종일 일하는 회사에도 지도자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양치기 지도자는 얼마나 될까 생각합니다.          

인품이 깊어 우리가 신뢰하며 따를 수 있는 지도자, 권력으로 위에서 나를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지도자, 앞에서만 큰 목소리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잘 살펴 조용히 방향을 제시하는 무게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치기가 단 하나의 양에게도 눈길을 주듯이 작은 생명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 따뜻한 지도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우리 곁에 있다는 믿음만으로도 마음 든든해지는 지도자, 그가 이끄는 곳이라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따를 수 있는 지도자의 존재가 그립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훌륭한 양치기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직업으로서가 아닌 양과 함께 하는 것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체화하고 있는 양치기여야 합니다. 그런 양치기 지도자가 그대와 함께 노후를 살게 될 이곳, 내 아이의 푸른 미래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꼭 만나고 싶은 지도자의 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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