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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미다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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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74. 사소한 행복

행복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뭔가 거창하고 막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종이 위에 적어놓은 행복의 이유들은 너무 사소해서 이게 정말 행복의 이유가 맞나 싶습니다.     

내가 적은 행복의 이유는 고작 아침에 건강하게 눈을 뜰 수 있어서,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가족이 있어서, 친구와 밥을 먹고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어서, 비가 오면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아플 때 걱정해주고 문득 생각났다며 전화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어서 등입니다. 어쩌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행복의 이유라니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행복이 반드시 나만의 안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명품가방을 사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고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잠깐이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 가진 것보다 더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것이 행복이 아닌 욕망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채울수록 더 큰 것을 바라게 된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부자=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송로버섯이나 캐비어를 먹는 것이 행복이라면 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 것은 구질구질한 불행으로 여길 것이고,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행복이라면 좁아터진 소형자동차를 타고 국내여행을 하는 것은 불행이라고 느끼겠지요. 그러나 성인이 되면 그 옛날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음식이 그리워지고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맛있게 먹던 그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좁디좁은 티코에 온 가족이 끼어 앉아 가까운 공원으로 달려가 놀았던 그때, 비싼 음식은 아니더라도 집에서 싸온 음식을 나눠먹으면서도 가족들이 함께 웃고 떠들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도 시간이 흐르고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질 때에야 가슴으로 느끼게 됩니다.     

돈과 소비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환상입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을 비교하면서 불행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결국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 자본주의의 생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이 행복이라 느끼면서 따라가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행복과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전하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일상에 있다는 것을 더 쉽게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내가 당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일, 서로를 보며 웃어주는 일상,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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