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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일기장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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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숲 Feb 25. 2021

인생 2회 차 다이어트

해물라면은 국물이 시원하지

20kg를 사면 한 달을 못 갔다고 한다. 고봉밥을 쌓아 두 공기씩 먹던 먹성 좋은 자매. 축구며, 인라인 스케이트며 하루 종일 바깥 활동을 했어서인지 살은 잘 찌지 않았다. 남들이 다이어트를 한다며 고민할 때마다 '살이 왜 쪄?' 속으로 생각했다. 하루 종일 축구하다 집에 와서 푸짐한 저녁을 먹는 게 내 일상이었다. 중학생이 되고 교복 치마를 입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축구공을 놓게 됐다. 그동안 운동했던 게 있었던 터라 축구를 쉬어도 살이 찌지는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매점이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살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음식을 절제해서 먹는 방법을 몰랐다. 맛있는 건 아무 때나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거였다.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서 주전부리를 사 먹었다. 나나콘, 햄버거, 쌍쌍바, 만두. 으 상상만 해도 군침 도는 맛이다. 고등학교 2학년 즈음되더니 살이 붙기 시작했다(이때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아주 아주 조금씩 20대 중반까지 살이 찌기 시작했고 간과하고 있던 몸무게가 70kg대를 넘어섰다. 사진에 찍힌 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렇게 까지 부었다고?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이렇게 맛있남!?

살 빼는 방법은 간단했다. 식이요법과 운동. 이를 악물고 시작했다. 헬스장 다니는 비용을 아끼려고 집에서 운동했다. 눈길도 안 주던 숀리 바이크가 내 운동 메이트가 될 줄 이야. 운동은 매일 2시간, 유산소 1시간 근력운동 30분 스트레칭 30분. 식단은 한 끼도 빠짐없이 다이어트 식. '운동은 격일로 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밥 좀 먹어가면서 해. 힘들지 않아?' 가족, 친구들이 다이어트에 절실한 나를 보고 염려의 소리를 했다. 그런데 나는 단 하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성격이 급한 터라 내 몸의 지방들을 하루빨리 빼내고 싶었다.

쓰레기는 꼭 챙겨가기!

그 좋아하는 음식들 입에도 대지 않고 꼬박 1년을 했다. 처음 6개월 동안 15kg을, 나머지 6개월 동안 5kg을 감량했다. 마지막 6개월은 운동을 하면서 필라테스를 다녔다. 근육도 더 붙고 몸 라인이 더 예뻐졌다. 20kg를 빼고 나니 살찌기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몸무게로 돌아와 있었다. 감격.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이제 유지만 하면 되는 거다. 하하. 감격에 젖어있길 일주일. 치팅데이랍시고 좋아하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맛있는지 1년 동안 맛보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요리들에 눈이 돌아갔다. 곱창, 샤부샤부, 삼겹살, 된장찌개, 파스타, 아이스크림. 미간을 찌푸리며 흡입했다. 별미들에 눈이 멀었다. 하루, 이틀, 삼 개월, 일 년........? 몸무게는 다시 원상 복구. 맛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먹은 거니 누구를 탓하겠나. '괜찮을 거야' 하며 일 년을 먹었고, 결혼을 앞둔 지금 내 인생 최고치의 몸무게를 갱신했다.


쑥떡과 아스크림. 캬.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인생 2회 차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1년의 인고의 시간(너무 거창한가. 하하)을 다시 맞이하면서 아련한 눈을 떠보았다. '왜 그렸어 나라는 사람아. 왜 그 미미(美味)의 유혹을 참지 못혔나.' 눈가가 촉촉해지지만, 이미 먹어버린 것을 어쩌겄나. 그때 행복했고, 맛있었다 정말. 참고 견디고 해내는 것은 훗날 더 좋은 것을 위한 것이여! 되뇌며 고구마를 씹는다. 나 자신아, 다이어트 성공하면 앞으로는 유지를 잘 허자잉. 남은 4개월 진정 달려보더라고. 악악!




커피콩빵 맛있는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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