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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일기장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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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숲 Feb 16. 2021

작은 취미

미니어처 공예


일이 무료해지던 차에 소소한 취미 하나 갖고 싶었다. 여차하면 취미를 직업으로 바꿔도 좋겠다 라는 대담한 생각도 했다. 처음 접한 미니어처 세계(?)는 꼭 동화 속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작고 정교한 세상. 일본의 한 미니어처 작가의 작업물을 보고 미니어처에 반하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니어처' 하면 미니어처 음식을 떠올리는데, 원래 아기자기한 것이 취향은 아니어서 음식보다는 가구 쪽에 눈이 갔다. 엔틱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들.  일본 미니어처 작가님의 인스타를 들어가 보면 감탄이 나올 뿐이다. "나도 그런 작가가 될 거야!" 하며 꿈을 꿨던 나를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미니어처의 세계는 조금의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었다. 갈고닦은 실력과 시간이 쌓이면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나온다. 나는 공방에서 성실한 학생은 아니어서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를 반은 제때 하고, 반은 한주 정도 지각을 하곤 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하하. 또 나는 손이 느리고(일 할 때는 처리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사람이다. 아마 못해도 남들보다 작품 완성 시간이 1.5배는 더 걸렸지 싶다.

이게 또 수업의 단계가 있다. 처음부터 '저 엔틱 한 가구 만들 거예요!' 한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일단 다뤄야 하는 자재 종류가 많다. 소품 바구니도 만들어야 하고, 점토로 빵도 구워야 한다. 미니어처 집에 끼워 넣을 창틀도 만들고 집 외벽 및 내벽도 세워야 한다. 그러면서 나무, 천, 점토, 등 다양한 자재를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이 하나 둘 쌓이면 전반적인 부분에서 내 만들기 실력도 쌓이는 것이다. 그 이후에 내가 원하는 모양의 가구제작에 집중할 있다.

처음 미니어처를 접했을 때의 설렘이 지금은 어디 갔지? 문득 깜짝 놀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했을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잠시 쉬었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작년 10월 긴 휴가로 아주 잠깐 수업을 멈춘다는 것이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다시 미니어처의 바람을 마음에 불어넣고자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을 들고 출사를 나갔다. 손이 시린 것도 잊고 작품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한 동안 미니어처 생각만 하던 때가 있었기에 이를 등한시했던 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젠 때가 되었다. 결혼 준비다, 취업 준비다 하며 미뤄왔던 '작은 취미'의 부활을 실현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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