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설경구, 아직도 캐릭터에 목마른
캐릭터는 배우에게 있어 자산이다.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한다. '김영호'나 '강철중'을 관객의 기억 속에서 상쇄시키려면, 더 센 캐릭터가 필요하다.
(배우 설경구, 2015년 9월 인터뷰中)
무작정 나이차를 들이밀며, 옳고 그름을 밀어붙이며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틀렸다. 살아온 세월에 비례하여 지혜가 쌓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최근 부쩍 느끼게 하는 일들이 더 잦아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업 연차가 쌓인다고 해서 해당 업력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도 결코 아니다. 회사에서 높은 지위를 꿰차고 연차가 무색하리만치 정말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이들이 널리고 널린 세상 아닌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사내 정치를 하고, 유능력한 후배를 찾아내 꼰대처럼 찍어 눌러 자기에게 복종시키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
포털사이트 만화 기획자(2005), 일본 현지의 요식업체 홀 매니저(2006), 드라마 마케팅 인턴(2007), 바이럴 마케팅 영상 제작자(2008)를 거쳐 연예부 기자에 입문하여 어느덧 기자로서 12년 차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몇몇 직업을 경험하고 여러 관계자를 만나며 느낀 게 있다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직종이 있고 직업별로 맞춤형 자산이 제각각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돋보이는 디자인 스킬, 프로그래밍 능력, 독보적인 사무처리 실력, 꼼꼼하고 체계적인 회계, 듣는 이를 공감케 하는 화려한 언변술 등등.
기자 혹은 잡지 에디터의 경우라면?
오래 고민을 해보고 동종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보니, 역시나 '네트워크'다. 우리는 어느 것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많은 이들과 릴레이션십을 요한다. 항상 우위에 있지도 않고, 늘 끌려다니는 존재도 아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도 발 밑이 아닌 전체를 보아야 하고, 서로의 능력치를 제대로 파악하여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맺어나간다. (그러니 여기서 가장 버티기 힘든 사람을 꼽는다면 '일 못하고 착한 사람'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어느 직종이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중요한 자산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해당 자산의 축적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영화 <서부전선> 개봉과 맞물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던 설경구 배우는 이와 같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십수 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는 영화 <박하사탕>의 김영호, <공공의 적> 강철중 등의 캐릭터를 다시금 언급하며 "캐릭터는 배우의 자산"이라는 말로, 캐릭터에 대한 배우로서 자신의 욕심을 힘주어 말했다.
배우의 캐릭터, 기자의 네트워크... 각자의 직업적 자산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자신이 이제껏 걸어온 길, 지금 걷는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흔적과 이정표의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