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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Nov 01. 2019

'사람 냄새'가 나는

[씨-멘트] 정해인 배우가 한 그 이야기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정해인, 2014년 11월 인터뷰中)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연예부 기자를 한지가 만으로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적잖은 변화들이 있었다. 인터뷰의 형태 변화도 그중 하나다. 예전에는 1대 1로 만나 진행하는 것이 [인터뷰]였다면, 요즘은 '라운드 인터뷰'가 그 자리를 메웠다. 한 명의 인터뷰이에 10명 안팎의 기자들이 함께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인데, 사실상 소규모 기자간담회에 가깝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인터뷰] 기사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 변화는 매체의 수가 급증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마련된 대책이다. 모든 매체를 1대 1로 진행하려니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고, 몇몇 매체만 진행하는 방식은 마땅한 해결책이 되질 못했다. 어떤 점에서는 한결 편하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인터뷰 중 침묵이 흐를 새도 없고, 정해진 시간 안에 꽉 찬 인터뷰가 완성될 확률도 높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착석해 부지런히 타이핑만 쳐도 된다. 어차피 기사를 내면, 내가 한 질문, 타인이 한 질문이 구분 되질 않는다. 비슷한 문답을 반복해야 하는 연예인의 고충은 조금이나마 덜어졌을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쉬움이 크다. 1대 1로 만나 조금은 느슨한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섞은 잡담도 하고, 그렇게 서로 조금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행위로써의 인터뷰는 이제 사라졌다. 지금의 인터뷰에서는 예전보다 '사람 냄새'가 나질 않는다.

드라마 <삼총사> 스틸 ⓒtvN


정해인 배우를 만났다. 그가 드라마 <백 년의 신부>로 데뷔하고 <삼총사>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지난 2014년 11월에. 정해인 배우가 회사로 찾아왔는데, 그날 하필 회사의 인터뷰 공간이 만석이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옥상의 조립식 창고 같은 좁은 공간에 마주 앉아 인터뷰를 했다. 누가 봐도 반듯한 그 청년은 선배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 촬영장에서의 즐거운 기억을 그곳에서 차례로 쏟아냈다. 느릿한 저음의 목소리가 비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정해인 배우가 그날의 인터뷰 끝자락에 웃으며 했던 이야기가 생생하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때로부터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누구보다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인터뷰어로서 흐뭇한 순간은 신인이었던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볼 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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