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유지태의 선악부등호
사람을 정의할 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다. 우리 안에는 선도 있고, 악도 있다. 어느 쪽으로 부등호를 갖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연예인은 굉장히 화려하고 거품이 있을 수 있다. 허영에 노출될 수도 있는데, 그건 결국 각자의 가치관이다. 자기 검열, 가치관과 소신, 내가 생각하는 염원이 부정적인 부분이 있는지, 반대로 남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지를 계속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배우 유지태, 2016년 8월 인터뷰)
인간의 선악에 대한 판단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흐릿해진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분법적 사고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영화나 드라마, 책 등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보듯 전지적 시점에서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면 좀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스치는 존재로서 주변인의 선악을 구분하기란 참 힘겹다. 실상 아주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의 선악 구분도 어려울 때가 많지 않나.
더욱이 '좋은 일'을 앞세워 사욕을 채우고, 착한 마음을 쓴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졸렬한 인간들이 여기저기 똬리를 틀고 있으니 '기부 포비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다. 수혜자를 앞세워 자신의 능력 이상의 수입을 챙겨서 가져가는 것은, 거액이 아니더라도 치졸한 횡령이나 다름없다. 그런 것을 근래에 빈번하게 목도했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좋은 일'을 앞세우는 모든 사람이나 단체를 믿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언제나 선악에서 악을 택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니 본인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존재다. 상대적으로 악향(惡向)을 취하게 될 환경에 노출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결국 최종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유지태 배우를 만난 것은, tvN 드라마 <굿와이프>가 종영한 직후의 인터뷰다. 작품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버무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평소 본인이 사고하던 내용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야기, 그 표현들이 모두 좋았다. 그가 평소 행하던 일들-'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등-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말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단순 포장용 발언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했다.
연예인의 삶 역시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비슷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철저히 개인의 가치관에 근거한 각자의 선택을 할 뿐이다. 다만, 그 영향력이 비연예인의 그것에 비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애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유지태가 계속 그러한 것을 고민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