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그 모든 것이 다 송지효
밝고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의 성격만 가진 사람은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느낀다. 내 안에 이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웃는 것도, 슬픈 것도, 화내는 것도, 짜증 내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전부 다 나다.
(배우 송지효, 2012년 11월 인터뷰中)
우리가 결정하는 모든 것들은,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최종 답안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있다. 자신의 침대에 사람들을 눕혀 침대보다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여서 죽이는 끔찍한 악당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여기에서 유래된 말로써 타인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 하는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찍부터 수많은 것들을 타인이 세워놓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부단히 그것을 맞춰가며 세상을 살아왔다. 기준에 어긋나면 큰 문제라도 생기는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때로는 실제의 나를 꽁꽁 싸매 숨기면서 억지로 맞춰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기도 했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우리의 사고를 재단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무서워서.
연예인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특히 취약하다. 그들의 인지도를 높여준 방송 프로그램 혹은 출연작에 의하여 굳혀져 버린 특정 이미지가 흡사 실제 그들의 본모습인 양 착각해 벌어지는 수많은 일에 대해서 방송이나 뉴스 등을 통하여 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은 좀처럼 중단되지 않는다. 프로크루스테스 끔찍한 절단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인간은 공장에서 똑같은 형태로 찍어서 나오는 기성품이 아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 그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내 모습, 실제 자신이 가진 본질적인 모습에는 모두 다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간극이 벌어진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점에서부터 이 고민은 비로소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어떤 것도 전부 다 나다"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송지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