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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31. 2019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된다

[씨-멘트] 공효진의 마술

'마술을 부리는 배우'라는 평을 봤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요즘 거기에 퐁당 빠져있다.
(배우 공효진, 2011년 7월 인터뷰中)


   배우에게, '배우를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가장 자주 돌아왔던 답변이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오직 딱 하나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배우는 한 번의 생애에 여러 인물로 살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방송국 피디, 정신과 의사, 경찰, 셰프, 교사... 한정된 시간이지만, 그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는 동안 배우들은 실제 그 인물이 된다. 그 역할의 고뇌가 실제 자신에게 쏟아져 들어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기도 하고, 가끔은 작품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물을 벗어나지 못해서 심적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여러 배역으로 인하여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하는 배우도 있다. 온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힘겨운 일이다.


요즘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있다. 공효진, 강하늘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이 작품 선택의 이유였다. 공효진 배우는 아빠 없이 아들을 홀로 키운 미혼모 동백이 역을 맡아, 매회 눈물을 적극적으로 짜내 나의 탈수증상을 유발하는 중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틸 ⓒ팬엔터테인먼트


동백이의 행복을 빌며 뒤늦게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도 보고,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도 정주행 중이다. 최근 영화관에 가서 <가장 보통의 연애>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공효진 배우가 인터뷰 당시 꺼냈던 '마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술, 그것만큼 배우의 캐릭터 변신을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는 없어 보인다.


배우는 마술사다. 몇 달 전 보았던 배역과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돌아왔는데, 시청자의 몰입을 완벽하게 유도해야 한다. 눈 밑에 점만 찍어서는 금방 들통나고 만다. 정말로 그 사람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그게 말이 쉽지, 그것을 직접 행하는 배우의 노력은 감히 가늠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긴 시간 동안 수도 없는 변신을 하며 오래도록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공효진은 그러니 마술을 부리는 배우가 틀림없다. 그것도 실력이 아주 탁월한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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