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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Sep 28. 2020

감정도 묵히면 똥 된다

[씨-멘트] 유재명의 초보운전

내게 '응답하라 1988'은 초보운전 같다. 운전하는 내내 불안했는데, 내리고 나니 설레고 뿌듯했다.
(배우 유재명, 2016년 1월 인터뷰中)


기자 생활을 하며 선배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바로 "감정을 표면에 드러내면 안 된다"였다. 좋아도 절대 좋은 척하지 말고,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표정을 잘 감추지 못했던 난, 그 때문에 여러번 혼이 나야 했다.


담백한 것이 쿨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 큰 소리로 웃고, 펑펑 눈물을 쏟는 것을 감정 과잉으로 치부한다. 감정도 통제하지 못하면 무언가 고장난 인간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감정을 걷어낸 무표정을 강요받는, 무채색의 시대에 우리는 다들 산다.


ⓒ tvN


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자동차 운전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손과 어깨와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오래도록 몸살이 났다. 다른 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느껴져 당장이라도 부딪힐 것 같았고, 끼어들 타이밍은 도무지 기다려도 와주질 않았다. 그저 목적지까지만 무사히 도착하면, 그것으로 뛸듯이 기뻤던 때다.


익숙함은 불안감을 지운다. 하지만 서툴기에 얻을 수 있던 성취감도 사라진다. 억지스러워서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좀 더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시간이 지나 억지로 그것을 빼내려 해도 나와주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감정도 묵히면 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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