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류준열, 좋아서 하는 일
휴식은 힘든 일을 했을 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근데 그걸 끝낸 후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다. 이걸 끝냈으니 쉬어야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나서 보상받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연기도 축구와 마찬가지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배우 류준열, 2017년 12월 인터뷰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이 먹고사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가면 이러한 질문이 의외로 많이 쏟아진다. "좋아했던 것이 싫어지게 될까, 그게 겁이 난다"라는 사뭇 진지한 고민들.
10년 넘게 회사에 몸 담았던 입장에서 경험을 말하자면, 일정 부분 납득이 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밥벌이의 수단이고, 싫어도 당장 때려치우고 나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어떻게든 참고 견뎌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순간이 한 번에서 두 번,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어나면, 결국 '일=싫지만 참고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취업을 준비하는 당시에 꿈꾸었던 자아실현, 성장, 꿈 등의 단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생계를 위한 '급여'가 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렸다면, 그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던 게 아닐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입사라는 선택은 철저하게 본인의 몫이고, 누구도 등을 떠밀어 강압적으로 회사 안으로 밀어 넣지 않았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류준열 배우의 이 말은 옳다. '소'처럼 일한다는 의미로 '소준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사실만 놓고, 그것이 분명 개인의 시간과 인생을 막연하게 갉아먹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것은 '일'을 단순한 밥벌이 수단 정도로만 치부해버린 나의 잘못된 경험과 판단에서 비롯된 무지한 행동이다. 부끄러웠고, 또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그것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것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누군가의 명언이나 조언이 현실적으로 모든 상황에 100% 부합되거나 옳을 수는 없다. 때로는 서로 상충되는 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냥 스스로 취하고 싶은 것을 시의적절하게 끌어와서 곁에 두면 된다. 좋은 말의 역할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