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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30. 2019

하루하루의 과제, 단지 그것

[씨-멘트] 이순재는 특별하지 않다

특별한 건 하나도 없다. 연기란 건 내가 출연해서 작품으로 평가받는 분야다.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내가 감당해야 할 과제들이 눈앞에 있다 보니 쉬지 않고 뛰게 됐다. 남들이 보기에는 오버 워크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난 단지 내 하루하루의 과제를 하는 것뿐이다.
(배우 이순재, 2009년 12월 인터뷰中)


   연예계는 특별한 사람들만 존재하는 리그로 인식된다. 실제로 인터뷰이를 마주했을 때, 그들을 둘러싼 어떠한 묘한 '아우라' 같은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인터뷰 내내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나름의 안간힘을 써야 하고, 그러한 인터뷰가 끝나면 몸 안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우리끼리는 '기가 빨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자의 입장에서는 인터뷰 기사 역시 독자에게 전해야 하는 일종의 '뉴스'로 인식한다. 그러한 이유로 일반적이지 않은, 뭔가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고 싶은 욕구가 절실하기도 하다. 하지만 한 시간 가량의 시간 안에 충격적인 고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사실은 현실성이 턱없이 결여된 생각이다. 더욱이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앞선 아우라가 무색하리만치 아주 보통의 사고를 가진 이들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역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의 일부이다. '기행적' 사고를 품는 경우는 극히 일부인 게 당연하다.

2009년 12월 31일, <지붕킥> 대기실 인터뷰 사진을 직접 찍었다


연예인들이 벌인 사회적 물의를 "그럴 수도 있다"라는 형태로 쉬이 넘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에 우리와 다른 존재라고 밀어버리고, 예외 조항을 만들어버려서 그들을 '특별' 취급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노력은 결과로써 보상받는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인지하고, 선한 방향으로의 그 영향력을 행사하려 고심하고 노력하는 이들도 충분히 많다.


물의를 빚은 이들을 날 선 목소리로 꾸짖는 이도 있다. 이순재 배우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큼직한 연예계 뉴스가 터질 때마다 그는 그러한 비판을 통하여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게 돕는다. ('쓴소리'로 이름을 날렸던 유병재 작가는 내게 "일침은 이순재 선생님 같은 분이 하시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업계의 '어른'의 역할을 소화하는 그는 오랜 시간 강단에 서고 있지만, 여전히 여든다섯 살의 현역 배우이고 스스로 그렇게 불리길 원한다. 특별하지 않고, 단지 묵묵하게 눈앞의 과제를 할 뿐이라는 그의 이야기가 평범함을 뚫고 특별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걸어왔던, 그리고 걸어가는 길이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쉽게 가려고, 획기적인 꼼수를 매일매일 고민하는 이들에게 딱 필요한 멘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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