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유재명의 초보운전
내게 '응답하라 1988'은 초보운전 같다. 운전하는 내내 불안했는데, 내리고 나니 설레고 뿌듯했다.
(배우 유재명, 2016년 1월 인터뷰中)
기자 생활을 하며 선배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바로 "감정을 표면에 드러내면 안 된다"였다. 좋아도 절대 좋은 척하지 말고,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표정을 잘 감추지 못했던 난, 그 때문에 여러번 혼이 나야 했다.
담백한 것이 쿨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 큰 소리로 웃고, 펑펑 눈물을 쏟는 것을 감정 과잉으로 치부한다. 감정도 통제하지 못하면 무언가 고장난 인간 취급을 받기도 한다. 감정을 걷어낸 무표정을 강요받는, 무채색의 시대에 우리는 다들 산다.
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자동차 운전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손과 어깨와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오래도록 몸살이 났다. 다른 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느껴져 당장이라도 부딪힐 것 같았고, 끼어들 타이밍은 도무지 기다려도 와주질 않았다. 그저 목적지까지만 무사히 도착하면, 그것으로 뛸듯이 기뻤던 때다.
익숙함은 불안감을 지운다. 하지만 서툴기에 얻을 수 있던 성취감도 사라진다. 억지스러워서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좀 더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시간이 지나 억지로 그것을 빼내려 해도 나와주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감정도 묵히면 똥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