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맛
같이 사는 사람과 생활 리듬이 다르면 고생한다. 이는 과거 20대 당시 일본에서의 생활에서 진득하게 체득한 바 있다. 당시 신주쿠 인근 히가시나카노라는 지역의 좁은 방 2층 침대에서 전혀 모르는 이와 3개월 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친구와 라이프 스타일이 영 딴판이라 크게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때는 이사 나갈 금전적 여력 따위가 없었으니, 그저 모든 걸 참고 견디는 게 보통의 일상이었다. (이후 일자리를 구해 도쿄 외곽의 타치가와라는 곳, 정원까지 있는 나에게는 과분한 큰 집으로 이사했다.)
결혼 초반 아내와 다른 생활 리듬에 걱정을 좀 했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활성화되는 시간이 달랐다. 아내는 밤형 인간이고,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아내는 늦은 시간까지 소파에 앉아 TV 보는 것을 즐겼고, 난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꿈나라로 향하는 때가 잦았다. 대신 난 새벽에 눈을 뜨고 이른 활동을 시작했다. 반대로 아내는 출근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선에서 가능한 모든 시간을 짜내 마지막까지 수면에 적극 할애하고자 애썼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차이가 시간이 지나 적응됐고, 오히려 나름 편하다는 사실이다.
밤의 거실은 아내의 것, 아침의 거실은 내 것.
가사업무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밤 시간의 집안을 정리해놓고, 난 그것을 넘겨받아 다음날 아침의 일들을 처리한다. 이를테면 밤에 마신 술잔이나 그릇은 아내가 정리하면, 난 아침에 일어나 반려묘가 마실 물을 주고, 반려묘의 화장실(감자와 맛동산)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린다. 꽤 합리적이다.
물론 단순히 밤과 아침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니 각자의 역량에 따라 업무가 분담됐다. 요리는 아내, 청소는 나, 빨래 돌리는 것은 아내, 빨래를 널고 개고 정리하는 것은 나. 분리수거는 해당 요일에 먼저 퇴근한 자의 몫. 언제든 바깥 업무가 많아지면, 조금이라도 더 한가한 사람이 모든 집안일을 떠맡는 것도 가능하다. 마감이 있는 주의 마감노동자는,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업무에 집중하면 되는 구조다.
다른 게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살아보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