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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주작은행성 Jun 24. 2023

화자의 일기쓰기 14

갈등을 푸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대화다.

오프라인 광고대행사 1년 3개월, 물류 업체 6개월, 오프라인 광고대행사 1년 6개월, 플라워 카페 3개월, 온라인 쇼핑몰 물류 9개월, 건강기능식품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턴 3개월, 사기업 광고대행사 8개월, 공공기관 광고대행사 2년.


32살, 8번의 퇴사 경력을 가진 나에게 면접관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한가지다.

왜 퇴사하셨어요? 어떠한 이유로 퇴사하셨어요?

가슴이 뛰는 질문.


나는 왜 퇴사를 할까. 일이란 나에게 어떠한 의미이길래 멈추고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일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아마 앞으로도 일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텐데, 나는 또 얼마나 많은 퇴사와 입사를 반복할까.


면접관의 질문은 나에게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왜 갑자기 인생을 그만두셨어요?

그리고 입사는 나에게 이러한 각오가 된다. 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세요?


일이란 것을 시작하고 가슴이 뛴 경우는 두 가지였다.

머릿속 아이디어로 내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두근거림과 과연 머릿속에만 있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까란 혼란스러움. 이 두가지는 일을 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뜀박질이었다. 기대쪽에 가까운 두근거림은 나를 스스로 움직이게 했으며 불안쪽에 가까운 혼란스러움 역시 이유 모를 공포감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일을 하며 나는 항상 일렁임을 느끼고 있었고, 인생이 뛰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두근거림과 아무 것도 없을거라는 무력감 사이를 출근한다.

오늘은 어떤 뜀박질로 하루를 보내게 될지 모른 채 두 가지의 뜀박질 속에 나는 갈등한다.


'쥬드프라이데이' 작가의 '길에서 만나다'라는 웹툰을 좋아한다.

영화감독이란 꿈을 가진 주인공은 자신은 흥행 감독이 되지 못할 거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고 있다.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 자신과의 거리가 느껴지니까. 흥행 영화는 갈등을 만들고 그걸 풀어나가는 요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갈등이 크고 깊을수록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그러나 주인공은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계속 찾고 찾는다. '내게 어울리는 갈등'을.


일을 하며 행복한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행복할까, 나는 왜 일이 무서울까.

퇴사를 결심할 정도로 마음속 갈등이 심해지는데 나는 왜 갈등을 풀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걸까. 어차피 다시 밖으로 나와 또 갈등을 겪어야 할 텐데


그는 마치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젊은 병사처럼 보였다. 우리는 늘 무언가가 싸우고 있지만 사실 그 대상을 모를 때가 많다 -길에서 만나다 中-


지난 5년이란 세월 동안 나는 무엇이 되어있는 걸까, 그리고 무엇이 되고 있는 걸까

일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자신의 문제인 것 같은 느낌.


만약 당신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나간 시간에 비례해 성장해야 할 것이다. 감정에 치우쳤던 지난날에 비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어제에서 오늘처럼, 또 오늘에서 내일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감각은 녹슨 칼처럼 무뎌질 것이고 시간은 언제나 기억을 미화시킨다. 당연히 불행한 것보다 행복한 것이 현명한 삶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크게 기쁘지 않아도 웃으며 사는 것이 좋다. 당신에게 행복만이, 오직 행복만이 삶의 목적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길에서 만나다 中-


더 이상 퇴사가 갈등의 해결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의 갈등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다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는 갈등을 자르는 결단이 아닌 양 손을 잡은 채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이 필요하다.


일을 함에 있어 당신은 어떠한 갈등을 하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일에 대해 어떠한 갈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독백이지만 다시 들여다 본다면 이것은 대화일 것이다.

갈등을 푸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대화다.


32살, 7번의 퇴사 경력을 가진 나에게 면접관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한가지다.

왜 퇴사하셨어요? 어떠한 이유로 퇴사하셨어요?


갈등을 풀어가는 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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